"나와 박근혜는 000"…황교안·홍준표·오세훈 '3인 3색'

최신형 기자 입력 2019-02-07 18:27 수정 2019-02-07 18:27
  • 선거 판세 TK에 달려…3인3색 표심 잡기

  • 황교안 "국민 뜻이 중요"…박정희 생가 찾아 보수 공략

  • 홍준표 "석방 위해 300만 당원과 함께 국민저항운동"

  • 오세훈 "박근혜 극복" 내세우면서도 특별한 인연 강조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석방 여부가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가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대구·경북(TK) 등 보수 표심이 한국당 전대의 표심을 가를 것으로 보고 탄핵 2년 만에 '다시 박근혜'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당 전대 초반 3파전을 형성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간 미묘한 입장차도 엿보인다. 홍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전직 대통령 석방 카드에 불을 댕기자, 황 전 총리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박정희 향수'를 자극했다. 

'박근혜와의 과거 인연'을 강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동시에 '박근혜 극복'을 외쳤다. 전직 대통령의 석방 여부를 둘러싼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림에 따라 전대 막판까지 TK표심 잡기를 위한 물고 물리는 눈치 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2년 만에 부활한 朴…가장 먼저 불 댕긴 洪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적 뇌사에 빠진 박 전 대통령이 정국 중심에 재소환된 것은 한국당 전대 룰과 무관치 않다. 한국당 전대의 투표 반영 비율은 당원 70%, 일반국민 30%다.

한국당 책임당원은 2017년 7·3 전당대회 당시 16만여명에서 두 배 이상인 32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TK 당원은 9만8000명가량이다. TK 표심이 한국당 차기 당권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 전대뿐 아니라, 보수 지지층 결집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석방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홍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작으로 진행된 불법 대선의 무효를 주장하진 않지만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은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면 전국 300만 당원과 함께 불법 대선 사과와 이명박·박근혜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대국민 저항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에 선을 그었던 홍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석방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TK 표심에 대한 구애 작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두 전직 대통령 석방을 앞세운 홍 전 대표가 TK 표심을 확보한다면,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박(친박근혜)계 표심은 자연스럽게 분산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설 연휴 기간에도 황 전 총리의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을 거론하며 때리기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를 둘러싼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림에 따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막판까지 TK표심 잡기를 위한 물고 물리는 눈치 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黃. 8∼9일 TK행…吳, 극복과 인연 함께 강조

이에 황 전 총리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면이라는 건 국민의 뜻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민이 내놓는 여러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하면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에 관해 원론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친박계를 등에 업고 출마한 상황에서 굳이 계파색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 강조가 '표 확장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강점인 법치주의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타 주자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사이, 타깃을 문재인 대통령으로 돌리면서 현 정부 경제 실정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8∼9일 이틀간 TK 지역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보수 표심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에도 TK를 방문, 한국당 경북도당 당직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지지를 받는 오 전 시장은 '박근혜 극복'을 고리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며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을 더는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선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전대 국면에 먼저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은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 "초선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때 당시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이 제가 들어가야 전당대회 주목을 받는다고 후보들을 설득해 참전할 수 있었다"며 "선거운동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테러가 있었는데, 정말 두고 갚아야 할 신세"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제1야당 전대 후보들이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하루걸러 소환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탄핵을 거부하려는 시대역행적인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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