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딥페이크·음주운전 '칼날 강화'…대법 양형위, 9대 범죄 양형기준 손본다

박용준 기자 입력 2025-06-24 17:08 수정 2025-06-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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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자금세탁,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반복 음주운전, 응급구조 방해 행위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들에 대해 양형기준을 새롭게 신설하거나 강화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23일 제139차 전체회의를 열고 제10기 위원회 임기(2025~2027년) 중 수행할 양형기준 설정 및 개정 대상 범죄를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양형기준이 처음 신설되는 범죄는 △자금세탁 △응급의료·구조·구급 활동 방해 △2회 이상 음주운전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자금세탁 범죄는 보이스피싱, 뇌물, 마약 등 중요 범죄의 자금 흐름을 은닉하거나 위장해 범죄 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서 실효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운영자 사건 등으로 자금세탁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커졌고, 관련 수사기관들도 양형기준 설정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응급의료·구조·구급 범죄는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명확하고 엄정한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 신설이 추진된다. 반복 음주운전은 상습성과 재범 위험이 크고 사고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양형기준 설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며, 2회 이상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으로 보다 강한 처벌이 요구됐던 범죄군에 대한 양형기준도 강화·수정된다. 디지털 성범죄 가운데 딥페이크 범죄는 최근 법 개정으로 허위 영상물 제작·유포, 아동·청소년 대상 협박 등 행위의 법정형이 크게 높아졌고, 사회적 위험성에 비해 현행 양형기준이 낮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권고 형량과 양형인자를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증권·금융범죄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세조종 등 주요 위반행위의 법정형이 상향된 점을 반영해 13년 만에 기준이 정비된다. 사행성 게임물과 관련된 도박, 불법 환전 범죄는 그 양상이 다양화되고 사회적 폐해가 커진 만큼, 기준을 다시 설정하기로 했다. 불법 사채 및 악질적 채권추심과 관련한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 무고죄 역시 처벌 수준과 실제 법정 형량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양형기준 수정 대상에 포함됐다.

양형위는 이와 함께 전체 범죄군에 적용되는 공탁 관련 양형인자도 정비할 예정이다. 기존 양형기준에서 피해 회복 수단으로 언급된 ‘공탁’이 곧바로 감형 사유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이 이뤄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2년 임기를 상·하반기로 나누어 매년 양형기준을 의결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2025년 상반기에는 자금세탁, 증권·금융, 사행성 게임물 범죄에 대한 기준 신설 및 정비가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음주운전, 응급구조 방해, 디지털 성범죄, 무고죄 등 나머지 범죄군에 대한 기준 개정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이번 과제 선정은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 법감정, 기존 양형기준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향후 양형기준이 실제 판결에서 실효성을 갖도록 기준의 명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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