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도시공원 조성 등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 수용 시 남겨진 잔여지의 손실보상을 평가할 때, 수용된 토지와 잔여지의 이용 상황이나 용도지역이 다르면 이를 구분해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일 필지라 하더라도 실제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르다면 ‘평균 단가 일괄 적용’ 방식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수용된 건 일부지만, 남은 땅 가치도 줄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임야 약 6만5000㎡ 중 17.7% 지분을 소유한 A사는, 2021년 대모산 도시자연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해당 토지 일부가 수용되자 강남구청을 상대로 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강남구는 A사의 지분 중 약 2만 ㎡를 수용하며 16억원의 손실보상금을 산정했다.
A사는 수용 대상 토지의 보상액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수용되지 않고 남겨진 나머지 잔여지 약 4만4000㎡의 시장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이에 대한 손실보상까지 함께 청구했다. 즉 ‘일부만 수용됐지만 전체 가치가 훼손됐다’는 논리였다.
1·2심은 “일괄평가”…대법은 “구분 평가“
1심은 A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5억3000만원을 추가 보상하라고 판결했고, 2심은 청구 취지를 확장한 A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14억7000만원의 추가 보상 판결을 내렸다.
하급심은 전체 토지의 단위면적당 평균단가를 계산한 뒤, 남은 잔여지 면적을 곱해 잔여지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평가했다. 즉 수용된 토지와 잔여지를 하나의 필지로 묶어 평균 가격을 적용한 방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5월 29일 이 사건에 대해 “2심 판결에는 보상기준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토지 전체를 하나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용토지와 잔여지가 용도지역, 이용상황 등 공법상 규제나 현실적 특성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에는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적 가치가 상이한 땅을 하나의 평균가로 평가할 경우, 보상액의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편입 전 잔여지의 가격은 전체 필지의 가격에서 수용된 토지의 가격을 공정하게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구체적 보상금 산정의 기준까지 판시했다.
“정당보상의 실질 구현”…향후 보상 소송 기준점 될 듯
이번 판결은 도시계획사업, 공원·도로 조성 등 공익사업 과정에서 일부 수용으로 인해 남은 토지의 가치가 손상되는 ‘잔여지 손실’ 보상 문제에 대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법원이 전체 토지를 일률적으로 평가하던 평균단가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용 가치나 공법상 제한을 고려한 ‘구분 평가 원칙’을 처음으로 명문화함으로써, 향후 토지보상 실무에서 보다 세밀한 감정평가 기준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정당보상’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토지의 물리적 면적뿐 아니라 이용 가능성, 개발 잠재력, 규제 상황까지 반영한 실질 가치 평가가 필수라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한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취지에 따라, 수용된 토지와 남은 토지의 특성을 구분해 새로운 보상 기준을 도출하게 된다. 이는 유사한 도시공원·공공시설 수용 사건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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