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북미회담 ‘악연’…전대 연기 검토

김봉철 기자 입력 2019-02-06 22:00 수정 2019-02-06 22:00
  • 당권주자들, 연기에 무게…대체 장소 마련 불투명

왼쪽부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예정일인 오는 27일로 확정되면서 한국당과의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제1차 북·미 정상회담도 6·13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돼 한국당의 참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한국당 입장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른바 ‘컨벤션 효과(큰 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국제적인 이벤트에 묻힐 경우,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구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의혹 등 여권의 잇단 악재들과 현 정부의 외교·안보, 경제 정책 등을 비판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당권주자들은 연기 일자에 따라 온도차는 있지만, 대체로 연기에 무게를 뒀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27일) 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쇄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미 자신이 당대표로 진두지휘한 지방선거에서 경험한 것을 언급하며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 문제조차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 등 향후 일정까지 고려해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7일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도 전당대회 연기를 요구했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북·미회담)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주호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급변하는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만드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당은 이러한 유동적인 상황과 전당대회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미·북회담 일정을) 그렇게 요청했을 거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래서 이번에 제대로 된 우파정당을 만들기 위해 전당대회는 일주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선수(당대표 후보)’가 ‘경기(전당대회)’일정을 정해 달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날짜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국민적 관심사이자 당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당대회가 북·미회담에 밀리면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당 사무처에 내일(7일) 회의를 열어 날짜를 당기거나 미루는 것을 실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8일쯤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 장소나 방송 중계, 후보자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날짜 변경이 가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당대회에는 1만명이 넘는 대의원들이 참석하는데 이미 예약해놓은 일산 킨텍스를 포기할 경우, 대체할 장소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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