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회유됐다"더니...의대 교수들 집단지성 '실종'

 
[아주로앤피] 대법관 후보가 9명으로 압축됐지만 의대 증원 판결을 내린 부장판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법관 자리에 회유됐을 것이라고 말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합리적 의심’은 완전히 빗나갔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관후보추천위(위원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는 전날 회의를 열어 노경필(59·연수원 23기) 수원고법 부장판사, 마용주(54·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57·25기) 서울고법 판사, 박영재(55·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오영준(54·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강열(57·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승은(56·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숙연(55·26기) 특허법원 판사, 조한창(58·18기)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가나다 순) 등 9명을 후보로 선정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추천했다. 조 원장은 이중 3명을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에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명단엔 지난달 16일 의대생 및 의사들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구회근 서울고법 부장판사(56‧22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판결이 나온 다음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혔다”며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저 개인 의견이 아니고 의대 교수님들 집단지성에서 이분이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구회근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회유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 “구 판사는 대법관 후보에 포함된 적이 있고, 앞으로도 (후보가) 될 텐데, 만약 어제 판결에서 정부 측이 졌다면 파문이 크지 않았겠나”, “내가 정부 측이고 용산이면 (회유를) 공작했을 것 같다” 등의 언급을 내놓았다.
 
그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의대 교수 다수에게서 나온 의견”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고법은 사흘 후인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고법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회장은 굽히지 않고 “복지부에서 내놓은 근거가 더 형편없는데도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며 “부장판사님이 절대로 (회유당한 게) 아니라는 근거를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6명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대한변협 회장, 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이 당연직이다. 정부 측에서는 법무장관이 당연직에 포함된다.
 
비당연직은 위원장인 이광형 총장 등 교수 3명과 법관위원(권창환 부산회생법원 부장판사)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