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사 사진을 내걸고 모욕적 발언을 일삼거나 욕설까지 올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과 의료계의 '판사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맛에 맞는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노골적으로 공격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더 나아가 국가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들어서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과 관련해 "재판이 끝나고 나서 사법부에 대해 욕설을 암시하는 SNS를 남기고 재판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판사에 대한 특검과 탄핵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의 발언은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김광민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욕설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것 등을 꼬집은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지난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선고 이후 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ㅆㅂ'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누가 봐도 욕설을 연상케 하는 표현이다.
전직 판사 출신 의원도 가세했다. 김승원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결과도 오판이지만 절차도 엉망”이라며 “이런 재판은 30년 법조 생활 동안 듣도 보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은 판사의 편향된 가치관과 선입견,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은 담당 판사의 실명과 고향까지 언급하며 '판레기(판사+쓰레기)'라고 비판하는 글을 친명 커뮤니티에 올렸다.
지난 8일에는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판사 얼굴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 여자 제 정신이냐”는 글을 올렸다.
A씨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80대 환자 B씨에게 맥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맥페란 주사액은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 재판부는 A씨가 이같은 환자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환자 치료한 의사한테 결과가 나쁘다고 금고 10개월에 집유(집행유예) 2년이요? 창원지법 판사 윤민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오면 병 종류와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규정에 맞게 치료해주시기 바란다”는, ‘진료 보복’을 권고하는 듯한 수준 이하의 글을 쓰기도 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 의사이거나 의사 출신인 이들은 ‘멕페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법관에 대한 막말 수준의 표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임현택 회장 개인의 인식 수준 문제가 아니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창원지법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임 협회장이) 법관 사진을 올리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것은 재판장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협회장의 '막말'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법원이 의대교수, 전공의 등의 신청은 각하하고 부산대 의대생의 신청은 기각하는 결론을 내린 때에도 등장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항고심 재판장을 맡은 구회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의사에 불리한 판결을 하자 방송에서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부장판사는 신임 대법관 후보 55인 명단에 포함됐다.
이같은 분위기에 법원 안팎으로 "비방이 도를 넘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구 부장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당했을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모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임 회장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률전문미디어 아주로앤피의 기사를 직접 보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저작권자 © 아주로앤피 (www.lawand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1개의 댓글
-
이한용2024-06-12 08:14:23
판사가 신의 영역은 아니잖아요?
한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데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분야를 뭔가 디게 권의있고 대단한 것 마냥 앉아서 결정해버리는데, 그런 사람한테 불만제가도 못하나요?
왜 그 판결에 대해 불만이 있는지를 파보는게 기자의 일 아닌가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대항, 이전 정권에서는 참 많이도 외치더니 ㅋㅋㅋ공감,비공감 버튼00
0 / 600 Byte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신고사유
0 / 200Byte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