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 둘러싼 '로스쿨 연고전'…법조계 감정싸움으로 번지나

신승훈 기자 입력 2018-04-27 07:59 수정 2018-04-27 07:59
  • 연세대 '졸업생 기준' vs 고려대 '입학생 기준'

  • 고대 "연대 출신 법무부 장관이 통계에 영향" vs 법무부 "대단한 실례"

[사진=연합뉴스]


베일에 가려졌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공개되자 '사학(私學) 라이벌'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합격률 기준을 놓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특히 고려대 일부에서 연세대 출신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거명하며 '의혹'을 제기해 자칫 파문이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법무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따르면 '제1~7회 변호사시험 각 학교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누적합격률'에서 연세대가 94.02%로 1위를 차지했다. 2등은 93.53%를 기록한 서울대가 차지했다. 고려대가 92.39%로 뒤를 이었다.

해당 결과에 고려대가 발끈했다. 발표 다음 날 고려대 로스쿨은 자교 홈페이지에 '입학 정원 기준 변호사시험 합격률 고려대 1위'란 글을 올렸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고려대(88.21%), 서울대(88.10%), 연세대(87.98%) 순이 된다.

고려대 로스쿨은 "합격률 기준에 있어서 졸업생 수는 로스쿨별 정책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나, 입학정원은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언론을 통해 "법무부 통계는 졸업을 시키지 않는 학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 고려대생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출신이란 점이 이번 통계가 나온 배경"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 학장의 발언에 법무부와 연세대는 뿔이 난 모양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각자가 유리한 대로 통계를 뽑는 것은 자유"라며 "고려대의 주장처럼 (입학생 기준 합격률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도 웃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 출신이 이번 발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그는 "대단한 실례 아니냐"며 "서열화를 반대하면서 꼭 1등이 돼야 한다면 사실상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로스쿨 이모 교수는 국제 관행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이 교수는 "통계라는 것은 어떤 것을 분모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미국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도 로스쿨 합격률을 발표할 때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법무부가 학교별로만 밝히지 않았을 뿐 1회부터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해 왔다"며 "7년간 졸업생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공개해 왔는데 지금 와서 고려대가 새로운 입학기준을 주장하는 것은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두 대학의 로스쿨 정원은 매년 120명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졸업생 기준'과 '입학생 기준'에 따라 순위가 바뀌고 있다. 고려대 측은 수업을 이수한 모든 학생을 졸업시키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도 변호사시험을 치러 전체 합격률에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연세대는 재학 도중 '반수'(1학기를 다닌 뒤 타 로스쿨 입학시험을 다시 보는 것)를 통해 서울대로 옮기는 인원이 많아 입학생과 졸업생 수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입학생 기준으로 통계를 잡으면 지금까지의 통계 원칙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양 대학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법무부 관계자는 "변호사시험법 5조 1항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 자체가 석사학위 취득자로 한정돼 있다"며 "정상적으로 로스쿨을 수료한 사람의 5년, 5회라는 응시 가능 기간의 합격비율을 의미한다. 대학 서열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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