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논쟁 중] 법원 늑장 가압류 결정, "분통" vs "신중해야"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7-23 10:15 수정 2024-07-23 10:15
  • "밀행성 중요한데...상대방 알 때까지 결정 안 나와"

  • "생계와 직결, 되돌리기 어려워 신중해야" 반론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 A 변호사는 최근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서 본소를 제기하면서 가압류 신청을 함께 했다. 가압류 신청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자 초조해진 A 변호사는 법원에 문의 전화를 했지만 법원에서는 "처리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본안사건 소장부본이 당사자에게 송달 될 때까지 가압류 신청에 대한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A 변호사는 "밀행성 때문에 가압류를 신청한건데 당사자가 본안 제기 사실을 먼저 알아버리면 가압류가 무슨 실익이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압류·가처분 신청부터 결정까지 과정에서 법원의 늑장 일처리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원의 '세월아네월아식 일처리'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에는 의뢰인에게 혹시라도 불이익이 갈까봐 항의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23일 아주로앤피 취재에 따르면 최근 법원에서 가압류 결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발생해 변호사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본안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될 때까지 가압류 결정이 나오지 않아 소송 상대방에게 금전 등을 숨길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의뢰인을 대리해 가압류 신청을 한 변호사들은 늦은 일처리에 대한 법원 측 태도도 지적했다. 

A 변호사는 "가압류를 본안사건 소장부본이 송달 될 때까지 결정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며 "가압류 결정이 너무 늦어져 법원에 이에 대한 문의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처리 중'이라는 기계적인 법원공무원의 답변만 돌아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럼에도 의뢰인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대놓고 항의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관해 장래 그 집행을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미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 채무자가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채무자가 본안 소송 전에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가압류를 활용하고 있다. 가처분은 금전채권 이외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한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다. 

가압류와 가처분은 그 특성상 밀행성과 긴급성이 요구된다. 이에 법원에서는 엄격한 증명이 아닌 소명만 있어도 인용 결정을 할 수 있고 수개월이 걸리는 본안소송과 달리 신청 수 수일 내에 결정이 나온다. 채무자가 금전 등을 숨기고 난 뒤에 가압류·가처분 결정이 나오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가압류·가처분은 결정은 빠른 반면 그 결정을 취소하는 데에는 장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하는 채권자들이 있고 이 경우 채무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제도기 때문에 엄격하게 심사해야 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다른 B 변호사는 "만일 채권자가 제도를 악용해 부당한 가압류 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는 (가압류 결정에) 대비할 기회 조차 없어 진다"며 "예금채권, 거래채권 등은 채무자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밀행성·긴급성만 강조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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