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공정위도 전관 예우…퇴직공직자 줄줄이 로펌行 '논란'

 
[아주로앤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퇴직한 공직자들이 대형로펌에 재취업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로펌 측은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퇴직공직자들이 변호사 업무를 도와 보다 전문성 있는 법률 자문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거나 전직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위법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퇴직공직자들이 가장 많이 재취업 한 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총 219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법무법인 YK가 154명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광장 72명 △율촌 68명 △태평양 59명 △세종 57명 △화우 41명 △대륙아주 32명 △클라스한결 16명 △바른 15명 순이다.

로펌에서 퇴직공직자들을 영입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법률서비스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타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 출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전문위원'으로 로펌에 영입돼 변호사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위원으로 로펌에서 재직하는 퇴직공직자들의 업무가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퇴직공직자가 직접적인 자문행위를 할 경우 △퇴직자가 사건 수임을 할 경우 △퇴직공직자가 전직기관에 대해 로비를 할 경우 등은 모두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공무원들이 변호사가 아닌데도 변호사법상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다. 공정위 본부 과장 출신 A씨와 지방사무소 과장 출신 B씨는 2016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공정위 가맹사업 법률 위반 혐의 조사 대응을 위한 유통분야 법자율준수(CP) 실태점검 계약' 등 총 25건의 법률 사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보수 총 3억36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최근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씨에게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에게 각각 2억여원과 1억여원을 추징할 것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법 전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법률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적용 능력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의뢰인들이 처해 있는 법적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취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의 장단점을 살펴본 뒤 가장 효과적인 법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변호사의 전형적인 직무를 그대로 했다"고 판시했다.

법조계는 퇴직공직자의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운 기존 규제의 한계를 꼬집었다. 현재 퇴직공직자가 법무법인 등의 의뢰인 및 변호사 등 소속원에게 제공한 자문·고문 내역 등을 업무내역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이같은 기재사항만으로는 퇴직공직자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변호사 보조인력에 대한 업무의 범위 및 제한 사항을 명백히 규율하고, 공시제도를 도입해 외부에서 퇴직공직자의 위법 여부를 감시할 수 있도록하는 등 감독기관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법률 시장에서 퇴직 공직자의 현황과 규율 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공시제도를 통해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퇴직공직자의 위법 여부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로펌에서 퇴직공직자가 취업하는 경우 그 사실과 해당 기관과 관련한 사건 수임 사실도 공시하고, 수임한 사건의 처리결과도 매년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기관을 확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및 감사원이 이중·삼중으로 현직공직자와 퇴직공직자의 연결고리를 항시 감독해 전직 기관 소속 공무원에 대한 퇴직공직자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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