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2일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통과되면 수사 칼날이 대통령실을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육사40기)측이 최근 “사건 회수는 해외 출장 후 귀국한 뒤에 사후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다소 달라진 주장을 펼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이 아니라면 회수 지시는 누가 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시선이 대통령실로 향하자, 이종섭 전 장관은 "해외 출장 중 내가 전화로 지시했다"면서 다시 입장을 바꿨다.
18일 연합뉴스는 "이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지난해 8월 2일 수사 기록 이첩 관련한 기억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며 그의 주장 내용을 소개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과 해외에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수사기록 이첩을 인지하고 항명 수사 및 인사조치 등 박정훈 대령에 대한 조치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자료 회수는 귀국 후 사후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지만 검찰단 역시 이 전 장관의 지휘를 받는 국방부 소속이므로 이 전 장관의 행위로 평가해도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의 번복은, 변호사가 일부 착오로 잘못된 내용을 발표했다는 주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락가락' 비판을 의식해 언론 취재 형식을 빌려 대통령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장 선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기록 회수 등에 개입했는지, 했다면 그 주체는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자타공인 국가안보실 실세’로 꼽히는 김태효 제1차장과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 당시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해사45기)이 2008년 무렵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점이 다시 거론된다.
세 사람은 당시에 모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김태효 차장(서강대 교수)은 당시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일했다.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소장은 각각 대령과 소령 계급일 때 외교안보실 국방비서관(이홍기‧육사33기‧당시 소장) 소속 선임행정관(이종섭 대령) 및 행정관(임성근 소령)으로 근무했다.
사고 당시 군을 관할하는 안보실 임종득 2차장(육사42기)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이들보다 1년 앞선 노무현 정부 때여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다(임 전 차장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기에 공수처의 통신기록 수사결과, 대통령실 유선번호와 이종섭 당시 장관이 통화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야당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의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상당수가 과거 청와대 근무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임 소장 구명을 위해 해병대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히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섭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에서 ‘사실무근’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안보실 1차장도 지금 1사단장 얼굴도 잘 모르는 관계”라며 “나도 그 당시 같은 시기에 수백명 중에 2명으로서 근무를 한 적은 있지만 그 이후에 한 번도 전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지난해 순직한 사건 관련, 해병대수사단이 당시 경찰이 이첩한 수사보고서를 회수한 뒤, 당시 임성근 해병1사단장의 이름을 빼는 등 일부 내용을 변경해 재이첩했다는 ‘수사 외압’ 의혹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나섰다.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은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 없었다고 보고 임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이첩 자료를 회수해 임 소장 이름을 뺀 뒤 다시 이첩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되레 박 대령이 군 검찰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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