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정보 통째로 압수‧보관"…코너 몰리는 검찰

  • 별건 수사에 활용 우려…"영장에 없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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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8 16:13
수정 : 2024-03-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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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검찰이 피의자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저장 정보까지 통째로 압수‧보관하는 관행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 자체로 위법한 수사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인권침해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검증 기사'를 통해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런데 이 대표와 이 매체는 “검찰이 사건 관련 파일뿐 아니라 휴대폰에 기록된 전자 정보 전부를 복제(이미징)한 파일이 검찰 수사망(디넷)에 보관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의 지적을 요약하면, 법원 영장대로 명예훼손 수사 대상인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관련 파일만 압수수색하는 것처럼 설명한 뒤, 휴대폰 전체 파일을 떠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검의 고발사주 폭로 취재 경위가 상당 폭 담긴 언론사 대화방 메시지 4700여개 등이다. 이진동 대표는 사건과 무관한 파일 반환과 디넷 삭제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뒤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해야 한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대검찰청은 “휴대폰 정보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체 정보를 복제해 보존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이를 인정하는 대검 예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다.
 
대검은 대법원 판례(2021모1586)를 인용하면서 “대법원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인한 전체 이미지(복제본) 보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어 “전체 이미지파일이 없으면 공소유지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무관 정보는 별건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미지파일은) 해당 검사실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접근·사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절차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검 예규는 기관의 내부 규칙이어서 법률 위에 설 수 없다. 또 대검이 제시한 대법 판례도 “영장 기재 범죄 혐의 사실과의 관련성 유무와 상관 없이 수사기관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복제 출력하여 취득한 정보 전체에 대해 그 압수는 위법한 것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내용이어서 검찰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레 검찰이 휴대폰 압수수색을 하면 사건과 무관하더라도 기기에 기록된 모든 정보를 확보해간다는 점이 확인된 상황이다. 특히 대검 설명을 종합하면, 이같은 수사 기법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검찰 내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행은 이른바 ‘캐비닛 수사’ 우려를 낳고 있다. 검찰이 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무단 수집해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식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압수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의 휴대전화 정보를 디넷에서 추출해 이재용 삼성 회장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은 (장충기)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전자정보를 특검 때 대검 디넷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보관해왔고, 이를 이 사건(이재용 승계)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이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진동 대표 및 변호인과 협의를 거쳐 '대상자, 기간, 키워드 검색' 방법으로 휴대전화 저장 내용에 대한 선별 절차를 진행하였고, 이진동 대표는 '위 선별 과정에 참여하여 절차에 관한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받았음'을 확인한다는 자필 확인서까지 작성했다"고 밝혔다.
 
또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취재 내용과 (다른 정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을 피의자 측과 협의한 선별 기준에 따라 선별한 것으로, 선별된 대화 전체 내용의 해석이나 범행 동기 등의 입증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한정하여 압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이의제기 후에야 데이터를 삭제해줬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 휴대폰) 포렌식 절차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압수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후 정당한 이의제기가 있었고 이의제기(이유)가 충분하다고 인정된 부분 있어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 절차에 있는 것이지 지우면 위법한 것이고 아니면 적법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며 "이의제기가 들어봤을 때 (그 이유가) 인정이 되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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