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연일 ‘검찰 비리’를 폭로하면서 검찰이 곤혹스러워졌다. 이 전 부지사 주장은 특히 지지층에게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데, 이는 과거 검찰 비리와 닮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마디로 검찰의 ‘자업자득’이란 자조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가 제기하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수원지검에서 검찰 묵인 하에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과 술판을 벌이는 등 편의를 제공 받았고, 또 검찰이 전관 변호사를 연결해 줬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을 보고 받았거나 지시했다는 진술을 하라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어 신빙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음주 여부에 대해 “마셨다”고 했다가 “입만 댔다”고 바꿨고, 음주 장소에 대해서도 “창고”라고 하다가 “영상녹화실”이라고 번복했다. 날짜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한다.
수원지검은 "수사팀을 음해해 수사 정당성을 해치고자 수사과정에서 음주를 했다는 등 있을 수 없는 허위 주장을 하다가 객관적 자료에 의해 허위임이 밝혀지자 스스로 주장을 뒤집으며 또 다른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수사와 재판 신뢰성을 법정 외에서 해침으로써 1심 판결과 관련해 부당한 여론을 이용,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심상찮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의혹 제기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지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전 부지사 주장이 과거 검찰의 비리 사건과 ‘판박이’기 때문이다. 벌어졌을 법한 일로 느껴지는 이유다.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장면은 지난 2015년 일이 유명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당시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구속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해 12월24일 서울중앙지검 1135호실(검사실)에서 정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와 처음 만난다. 수임료 20억을 약속하고 그를 선임했다. 부당한 수임료라 해서 최 변호사는 나중에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당시 1‧2심은 검사실에서의 ‘피의자-변호사’ 주선 장면을 언급했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 변호사는 정운호를 처음 접견 신청했지만 거절당하고 2015년 12월 24일 정 대표가 1135호 검사실에 출정했을 때 처음 만났다”며 “만나자마자 20억 원을 지급했다는 점은 정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강한 이유가 있었다고 짐작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당시 중앙지검의 강력부장(심재철)과 사법연수원·대학 동기”라며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하기 전에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수임 이후에도 빈번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심재철 전 검사장은 “정 대표를 수사 검사실에 부르는 과정에 지시한 바 없고, 최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또 2018년엔 김영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이 1조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돼 있던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를 검사실로 불러 지인들과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일각에서는 초밥을 먹었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부터 이 무렵까지 2년간 무려 69차례나 검사실로 출정을 나갔다. 김 검사는 내부 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검사실 출정에서 편의를 제공 받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감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검사실로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도 받으면 그 순간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화영 전 부지사의 말도 사실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관측이다.
만약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짜깁기’ 수준의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가뜩이나 개혁 대상으로 재지목된 검찰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까지 진화에 나섰다. 이원석 총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중대한 부패 범죄자가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허위주장을 하면서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주장에 근거해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을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공당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 믿고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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