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그리스와 경제 교류 활성화 적기"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주한 그리스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 경제상무과 다스칼로풀로스(Daskalopoulos) 상무관은 아주로&P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지정학적 위치, 한국전쟁 참전, 정치적 관계 등을 바탕으로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가벼운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 Daskalopoulos 상무관님은 아테네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외교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나?

아니다. 아테네 법과대학 졸업 후 국가시험을 보고 나서 12년간 대법원에서 보조판사로 근무했다. 이후 외교관이 되기 위한 시험을 통과한 뒤, 지금까지 외교부에서 일하고 있다. 첫 발령지는 미국의 시카고였다. 그 이후로 이란, 중국, 아르메니아, 이스라엘에서 근무했다.

- 근무지 중 인상 깊었던 국가는 어디인가?

중국이다. 중국에 유럽 자본이 많이 들어올 당시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에 들어왔고, 이들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게다가 중국은 국유기업인 중국해양운수그룹(COSCO)이 수천억원을 투자해 그리스 최대 산업항인 피레우스항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그리스를 유럽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 그리스는 어떤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나?

한국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바로 그리스이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1차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 중 중국, 일본과 경제적 교류를 많이 했다. 최근 서방과 중국의 전략적 관계가 틀어지고 있어 한국이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가속화하기 좋은 기회라고 본다.

- 그리스는 한국과 어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가?

그리스는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5000명을 파병했다. 그 이후 양국은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경제적으로는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경제 교류도 늘어나길 기대한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에 10번째로 가입한 나라이다. 2008년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2021년 6.6%의 경제성장률을 이뤘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 그리스가 한국과 경제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스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미국 등과 경제 교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외 제3지역 중에는 주로 중동 국가들과 경제 교류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과는 선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왔다. 작년에 그리스 선주들은 한국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했는데,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신규 선박의 약 35%가 그리스 선주 회사에서 온 것이다.

- 선박 외 분야에서 경제적으로 교류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경제 교류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에 양국 기업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연결하려고 한다. 선박 외에도 그리스에서 활발한 사업으로는 재생에너지, 물류, 건설 등이 있다.

- 관광 분야는 어떤가?

관광 산업도 포함된다. 현재 그리스와 한국 간 직항이 없다. 항공 노선도 반드시 생겨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알려진 그리스 관광지도 한정적이다. 그리스에는 다양한 관광자원이 많다. 성수기에 유명한 그리스 관광지를 가면 사람이 많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렵다. 보다 수준 높은 관광을 위해 한국에서는 덜 유명하지만 현지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를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예술 등 관광의 종류도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다.

- 그리스 정부는 양국 기업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나?

한국 기업들은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위해 200억 유로 자금을 지원한 국가 결속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환경, 신기술, 교통, 스마트시티 분야의 프로젝트가 시행될 것이며, 향후 10년 안에 많은 합작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도 있나?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 기업들을 한국에 불러 발표도 하고, 한국 기업들과 모임도 만들어 주려고 한다. 2003년까지는 2년마다 양국 정부 부처가 주최한 기업인들 모임이 있었다. 이런 모임들이 다시 이뤄지면 기업들 간 대화가 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고, 경제적으로도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본다. 양국 기업들이 준비를 잘 해 많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