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고무줄' 취학연령…法 팩트체크

  •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취학연령, 쉽게 바꿀 수 있나
  • 과거에는 늦췄다가 이제는 낮추나?…만 5세 논란
  • 2007년, 취학연령 1월 1일생~12월 31일생으로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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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2 10:45
수정 : 2022-08-0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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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겨 만 5세로 추진하겠다는 학제 개편 보고 이후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1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취학연령 하향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국가 책임교육에 있어 아이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진행된 같은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여론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설문 결과 등을 토대로 학제 개편을 검토했던 연구진도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효과보다 비용이 크다며 정책 추진 보류를 제언했다.

심화되는 반대 여론 속 같은 날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인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취학연령은 어떤 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개정된 적이 있는지 법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3월 2일 부산 동래구 내성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식 포토존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 70년간 유지된 대한민국의 학제가 이르면 2025년부터는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하고 초등학교 진입을 현행보다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방안을 포함한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취학연령 규정은 어느 법?
국내 취학연령은 초·중등교육법의 제13조 취학의무를 따르고 있다. 현재 만 6세가 된 2016년 1월 1일~12월 31일 기간에 태어난 어린이는 2023년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하며 때에 따라 만 5세 조기는 물론 만 7세 입학도 가능하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취학의무) ①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하여야 한다. ② 모든 국민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또는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그 자녀 또는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의 3월 1일부터 졸업할 때까지 초등학교에 다니게 하여야 한다. ③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년의 다음 학년 초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중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취학 의무의 이행과 이행 독려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 어린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만 6세가 취학연령인 이유
정부에서 제안한 만 5세의 경우 유아에 해당한다. 만 3~5세의 유아는 발달과정에 따라 놀이 중심의 누리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도와 민주시민의 기초 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만 5세는 발달과정상 보육이 필요한 나이로 구분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1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아동 중 만 5세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시기는 학습보다 놀이와 사회성 발달이 매우 중요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다. 전문가들은 만 5세 아동은 교과 중심의 초등학교 1학년 40분 수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고, OECD 38개 회원국 중 만 5세 이하 입학은 4개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육 과정이 지원되지 않는 초등교육과정을 이행하기에 만 5세의 나이는 너무 이르다는 교육업 종사자들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중등교육법만 개정하면 되는 걸까?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변경하려면 법 개정이 우선이다. 구체적으로 취학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13조를 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심한 반대가 계속된다면 개정 자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관련해 교사 인원 증원, 학교 시설의 증가, 돌봄 시스템 확대와 같은 부수적인 법안의 개정과 신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추가적인 법, 정책이 지원되지 않은 채 학제 개편이 진행된다면 1학년 하교시각 이후 돌봄 공백, 유아의 학교생활 부적응, 만 5세부터 경쟁교육 심화, 폭증하는 사교육의 문제를 고스란히 학부모가 짊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학연령 논란, 처음 아니다
사실 취학연령 변경 이슈가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한 차례 취학연령을 늦췄던 적이 있다.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3월 1일생부터 2월 28일생까지 가능했던 초등학교 입학이 1월 1일생부터 12월 31일생까지 가능하게 됐다.

2006년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부모가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1, 2월생 아이의 취학을 늦추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고, 취학 유예를 신청할 때 병원진단서를 제출하는 등의 번거롭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법을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개정되기 이전 법안은 다음과 같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취학의무) ① 모든 국민은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부터 만 12세(제27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을 하는 자의 경우에는 만 12세에서 해당 연수(연수)를 뺀 연령을 말하고, 출석일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진급 또는 졸업하지 못한 자의 경우에는 해당 연수를 더한 연령을 말한다)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2월 말까지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취학시켜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자녀 또는 아동의 보호자는 만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또는 만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입학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만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입학한 자녀 또는 아동을 보호하는 자는 그 자녀 또는 아동이 만 11세, 만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에 입학한 자녀 또는 아동을 보호하는 자는 그 자녀 또는 아동이 만 13세[제27조에 따라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을 하는 자의 경우에는 만 11세 또는 만 13세에서 해당 연수(연수)를 뺀 연령을 말하고, 출석일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진급 또는 졸업하지 못한 자의 경우에는 해당 연수를 더한 연령을 말한다]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2월 말까지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취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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