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청년이 분노한다…채용비리 엄단해야

  •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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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유 변호사
입력 : 2022-05-06 11:00
수정 : 2022-05-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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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자유 변호사]

오늘날 청년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기회가 적다는 것이 아니다. 그 적은 기회조차 공정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다면 채용비리는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금수저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도 낙하산을 탈 수 있는 금수저의 수가 적어 나머지 대부분의 평범한 청년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과 사무실에 취업 추천의뢰서가 쌓여 있고, 하나씩 가져가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이력서를 작성해 지원하여 취업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만 느껴진다. 이런 시절이라면 금수저 몇 명이 부정하게 입사해도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청년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 일자리 플랫폼이 조사한 2020년 취업 경쟁률은 36:1이고, 대학생이 수년간 취업 준비에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좋은 일자리에 낙하산이 내려오니 그 바늘구멍마저 막히게 된다.

강원랜드는 부정청탁자의 수가 입사 TO보다 더 많아서 ‘빽’의 서열대로 입사했다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소설도 이렇게 쓰면 진실성이 없다고 외면당할 것이다. 이런 후안무치한 자들 때문에 강원랜드 입사를 오랜 기간 준비하던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강원랜드에서는 부정입사자 전원이 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부정입사자들은 얼굴에 철판을 두른 것인지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면직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여 현재까지는 ‘헬피엔딩’이 아니라 웬일로 신기하게도 ‘해피엔딩’이다. 강원랜드라는 공기업에서도 채용비리가 있었을지언데,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은행에서 부정채용이 있었고, 일부 은행에서는 부정입사자를 면직하였으나 아직 몇몇 은행에서는 부정입사자가 당당하게 다니고 있다. 혹자는 사기업의 취업에 부정청탁이 작용하는게 문제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다, 분명히 문제이다. 사기업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하며, 공채는 서류 전형-필기 전형-면접 전형으로 구성된다. 사기업은 공개채용 공고를 하며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고, 지원자 개인의 역량 외에는 어떤 요소도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 강조한다. 그런데 외부의 부정한 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지원자를 기만하는 일이다. 공고에서는 그런 요소가 채용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하고 왜 내부에서는 다른 기준으로 심사하는가? 차라리 채용공고 과정에서 “정부 고위직이 추천하는 경우 채용 과정에서 우대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밝히면 되지 않은가? 왜 그렇게는 못하고 몰래 뒷구멍으로 우대하는가? 일부 직업은 아예 추천서를 요구하고, 그 추천서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한다. ‘빽’을 고려하는게 사기업의 자율이라면 정식으로 추천서를 요구하면 되지 않는가. 부정한 청탁을 받는 것은 사기업의 자율이 아니라 방종이다.

공정한 경쟁은 우리 사회를 발전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공정성이 상실될 때 사회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채용비리는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로 규율되고 있다. 면접관의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현행 업무방해죄로는 채용 과정에서의 부정을 제재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사기업의 대표이사가 개입된 경우 채용비리가 누구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인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회사 내부 구성원이거나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외부인 입장에서 자신이 업무방해로 ‘피해를 봤다.’라고 진술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면접관이 피해자이며 실제 피해를 입은 지원자는 피해자가 아니기에 부정채용이 지원자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보는 사회 일반의 감정과 현저한 괴리가 있다.

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재판부는 부정채용으로 입사 기회를 박탈당한 지원자를 피해자로, ‘공정한 채용절차’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부정채용죄’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정채용죄’를 신설하여 채용공고와 다른 기준을 적용한 채용이 있다면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채용공고는 엄연히 지원자와의 약속이다. 기업은 빽, 성별, 연령과 상관없이 역량을 보고 채용한다고 공고하였고, 지원자는 기업의 공고를 신뢰하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입사 지원을 하게 된다. 하나의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만 해도 며칠은 잡아야 하고,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 면접을 위해서 필요한 준비도 상당하다. 기업이 공고하지 않은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면 그 자체로 취업 준비생을 기만하는 것이다. 금수저, 특정 성별, 특정 연령을 우대한다면 시험일이 겹치는 다른 기업의 시험에 응시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판 음서제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현재 방영 중인 <태종 이방원>은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어 태종 이방원이 조선의 기틀을 닦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고려의 멸망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그 중 음서제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고위 관료의 빽으로 관직에 진출하니 나라가 타락할 수 밖에 없고 기회를 독점하니 결국 정도전을 위시한 신진사대부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려의 구국 영웅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다. 조선의 기틀을 다진 수성군주 태종 이방원은 이미 고려에서 과거에 급제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다. 태종의 아들 세종대왕은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전격 등용하여 종3품 대호군의 벼슬에까지 오르게 하였다. 그랬기 때문인지 조선시대에 음서는 형식적으로는 남아있었으나 음서에 의해 출사하면 청요직에 오를 수 없어 고위관직으로 진출할 수 없었고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수저’라 할 수 있는 개국공신의 후손이라도 음서로 진출하면 정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한다. 오늘날 빽으로 입사한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조선시대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더 이전 신라시대에는 ‘골품제도’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뼈의 품질’을 평가하여 성골, 진골, 6두품, 5두품, 4두품...으로 나누었다. 당나라에서 빈공과에 장원으로 급제한 최치원이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을 정도이니 당시 신라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진골이 고위직을 독점하자 6두품과 지방의 호족은 사회에 분노하였고 결국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에 호응한다. 결국 신라는 천년 역사를 뒤로 하고 멸망하게 된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여 사회를 좀 먹는 요소이다. 마땅히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