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수 노린 '앰부시마케팅', 처벌 가능할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앰부시마케팅(Ambush Marketing)’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4일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올림픽 헌장 40조(Rule 40)를 근거로 다음 달 22일까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 또는 단체의 불법 마케팅 활동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앰부시마케팅이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간접적으로 광고·판촉 행위를 벌이는 불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뜻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앰부시 마케팅 관련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KT와 SKT 간 갈등이 있다. 평창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였던 KT는 통신사로서 평창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SKT는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하고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평창올림픽 캠페인 광고를 내보냈다. KT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앰부시마케팅을 금지하는 평창올림픽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SKT는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앞선 2002년에도 두 기업은 갈등을 겪었다. 당시 2002 한·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KT였지만 SKT가 ‘붉은 악마’, ‘Be the red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앰부시마케팅을 진행해 큰 광고 효과를 봤다.
 
또 아우디도 평창올림픽 기간 앰부시마케팅 논란을 일으켰다. 아우디는 88서울올림픽 당시 ‘굴렁쇠 소년’으로 유명했던 윤태웅씨를 내레이션 모델로 섭외해 광고를 제작했다. 이후 광고 속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는 장면이 올림픽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아우디는 굴렁쇠 굴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이외에도 조직위로부터 직접 경고를 받은 기업들도 있다. 위메프는 ‘평창 롱패딩’ 상품에 공식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다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기업은행은 ‘2018 대한민국 선수단 치어업(Cheer UP)! 특별예금’이 특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스포츠 대회 조직위는 업종별로 한 회사와 독점 후원 계약을 맺고 기업으로부터 수익금을 가져간다. 공식 후원사가 된 기업들은 대회의 명칭·마크·로고 등 상표권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앰부시마케팅은 대회 공식 후원사가 얻는 이익을 줄어들게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아시안컵 등 대형 스포츠 대회 위원회는 대회 로고와 명칭을 상표권으로 등록한다. 만약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무단으로 이용할 경우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은 “앰부시마케팅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후원이 없을 것이고, 후원이 없다면 올림픽도 없을 것”이라며 앰부시마케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를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간한 ‘브랜드 보호 가이드라인’을 보면 올림픽 로고는 물론 마스코트, 엠블럼, 메달, 성화 관련 이미지와 더불어 올림픽·메달·도전·게임 등의 용어 또한 사용을 제한한다.
 
또 ‘올림픽 헌장 40조(Rule 40)’는 올림픽 기간 동안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선수나 팀을 이용해 광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해당 선수와 팀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메달까지 박탈당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인 오는 22일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앰부시마케팅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 외적 규정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앰부시마케팅 모니터링은 인터넷 포털, SNS플랫폼, 카페 및 블로그, 온라인 쇼핑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림픽 관련 브랜드 및 지식재산의 영리적 무단 사용 △사전 승인되지 않은 선수 응원 또는 축하 광고 등을 집중 단속한다.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되는 올림픽 자산에는 오륜마크, ‘올림픽·올림픽대회·올림피아드’ 등 모든 언어를 사용한 표현, 베이징 동계올림픽 엠블럼, 마스코트, 픽토그램, 대한체육회 엠블럼과 선수단 명칭(팀 코리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유니폼 등이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무대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우리 선수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식 후원사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앰부시마케팅은 현행 상표법, 국민체육진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규제할 수 있다. 상표법 제109조는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는 자기의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을 고의 또는 과실로 침해한 자에 대하여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상표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했다.
 
또 국민체육진흥법 제21조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과 오륜을 포함하는 모든 표지·도안·표어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자는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성명·상호·상표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한다.
 
법조계에서는 앰부시마케팅을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사전에 앰부시마케팅으로 발생할 법적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검토하고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앰부시마케팅이 대형 스포츠 행사 기간만 짧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법성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힘들다.
 
강정규 변호사(39·변시 2회)는 "한국의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오륜 및 올림픽 관련 도안의 영리적 사용은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만약 오륜 및 올림픽 관련 상징을 사용할 경우엔 상표법, 부경법(부정경쟁방지법),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며, 상표법 및 부경법을 고의로 위반했을 경우 형사처벌 조항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보통 앰부시마케팅은 이런 문제들을 다 피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 손해배상 및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실제 처벌까지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