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도 안돼 청원동의 20만명 돌파... '조선구마사' 전철 밟을까
청원인은 “제작진은 방영 전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일자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지적했다.
또 남자주인공이 안기부에 쫓기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등장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되었던 노래이며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라며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설강화’의 방영중지 청원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3월 폐지된 ‘조선구마사’ 방영 중지 청원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 배경에 중국식 한복과 월병 등 중국역사에 등장하는 소품을 활용해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조선구마사’에 대한 청원은 이틀 만에 20만명을 넘겼고 드라마는 2회만 방송된 후 폐지됐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87년 봄은 서울대학교 학생 故 박종철 조사를 받던 중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때다. 당시 공안당국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과 함께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으나 진상이 폭로돼 1987년 6월 항쟁이 벌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아주로앤피와 인터뷰에서 “아직 드라마가 다 방영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애초에 민주화운동, 안기부와 간첩을 엮어서는 안된다”며 “실제 군부 독재 시절 안기부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쓰고 폭력과 고문을 당해 삶이 망가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이런 아픈 역사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1987년 당시는 군사독재정권으로 인해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전국의 대학교에선 민주화운동이 발생하던 시기였는데 이 드라마에선 굉장히 낭만적인 시기로 묘사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당시 안기부는 간첩으로 수많은 사람에 누명을 씌우며 자신들의 고문을 합리화시켰다”며 “드라마 속에서 간첩을 쫓다 사망한 안기부 직원을 ‘희생자’라고 표현하는 등 안기부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 역사왜곡 논란에 협찬 및 제작지원 업체 잇따라 '손절'
한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설강화’의 제작지원에 참여한 업체 목록이 공유되고 ‘보이콧’ 움직임이 일자 일부 협찬업체들은 협찬 및 제작지원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협찬사 중 하나인 싸리재마을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입장을 밝히며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많은 분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담당자에게 바로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며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역사 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도평요 측도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당 사항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에게 기업 로고 삭제 요청을 했고 모든 제품은 반환 처리했다”며 “협찬 전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티젠도 공식 SNS를 통해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도 ‘설강화’의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20만명 이상이 서명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드라마 제작 단계인 만큼 방송 편성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방송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방송통신심의위 심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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