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법관 탄핵 공판, '재판개입' vs '선배 조언' 공방 여전

송다영 기자 입력 2021-08-11 04:00 수정 2021-08-11 14:05
  • 10일 헌재 임성근 전 부장판사 법관 탄핵 3차 공판

  • 국회 측 "임, 자신의 지위 이용해 재판관여···상고법원 설치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까지"

  • 임 전 부장판사 측 "형사재판서 이미 밝혀진 사항, 퇴직 법관 탄핵 못해"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57)의 법관 탄핵 최종변론이 열렸다. 후임 법관의 재판에 대한 발언을 두고 단순 조언인지 사법농단이자 재판개입인지 공방이 치열했다.

10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국회 소추위원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임 전 부장판사는 두 번째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선 공판에서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피청구인 신문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해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가 당일 출석하지 않는다면 신문이 불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임 전 부장판사가 불출석함에 따라 피청구인 신문은 진행하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 사유가 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재판 개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의 판결 내용 수정 지시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사건 재판 등이 주된 쟁점이 됐다.

국회 측은 임 전 판사가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①법관의 직무평정과 사무분담에 관여했고 ②부장판사로서 사건직후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것 등을 비춰봤을 때,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국회 측은 "수석부장이 사건을 보고받은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보고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피청구인의 '관여행위'가 있었다는 게 문제"라며 임 전 부장판사가 "(민변 판결문) 내용을 확인하고 기자들에게 배포를 중단시킨 후에 '판결 이유'를 변경하게 하거나, 야구선수 도박 혐의 재판은 공판 회부 결정을 한 판사를 불러 공판을 번복하게 해 결국 약식명령을 발령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후배 법관들의 '업무 점수'를 매기는 위치에 있었으며, 후배 재판장들의 판결 내용도 소상히 조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국회 측은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가 추진 중인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가토 다쓰야 재판에 개입한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장과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거의 매일 통화하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곽 비서관이 임 처장에게 재판 관련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임 전 처장이 검토해서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 사건의 재판장을 불러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전달했지만, 행정처 지시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스스로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판을 거래의 도구로 활용하는 일은 묵과할 수 없음에도 이를 문제로 인식한 법관이 없었다는 것이 바로 '탄핵 소추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 측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일부 내용만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며 반박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변론 내내 '호형호제' '형님·동생 하던 사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국회 측이 주장하는 재판 개입 의혹은 개인적 친분을 토대로 한 선배 법관의 '조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담당 판사들이 모두 형사재판 과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관여'나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그리고 최종 결론은 재판부 합의에 따라 내렸다고 진술한 사실도 부각했다.

판결문 등록 이후 문구를 수정하도록 한 민변 사건의 경우 '실무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조회해보니 판결문을 등록한 뒤에 일부를 수정해 재등록하는 경우가 매년 4000건 이상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국회 측이 재판 개입이 가능하다고 본 법관의 직무평정 권한은 형사수석부장이 아닌 법원장의 권한이며 이는 형사재판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 측의 증거조사가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본안 심사 자체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한편 지난 2월 28일 퇴직해 현재 판사 신분이 아닌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할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일인 2월 28일부터 파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등 소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헌법상 탄핵의 목적은 '공직' 탄핵에 있으며, 퇴임한 판사를 파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심판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기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변론을 마친 헌재는 추후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기일을 정해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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