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200일이면 제주 도달' 日원전 오염수... 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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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을 공식 결정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관계 각료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히자 전세계 주요국가의 우려와 다국적 환경단체의 반발이 시작됐다.

특히 오염수의 직접 영향을 받을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새로운 국제분쟁으로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약 125만t(톤)의 오염수를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있는 저장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 시설의 최대 저장용량인 137만t 중에서 90 퍼센트 이상에 해당해 (오염수가) 이대로 쌓이게 되다 보면 2023년 10월에는 가득 차버리게 된다”라고 방류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에서는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때문에 발생한 원전 폭발사고로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된 결과다.

또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류 결정을 두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트리듐)와 같은 방사성 물질은 희석한 뒤 버릴 예정이란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할 때 농도 한도를 1리터당 6만 베크렐(㏃)로 정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의 경우 그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베크렐이란 원자 하나가 내는 방사선 단위를 뜻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은 한결같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오염수 안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LPS로 이미 정화를 했음에도 오염수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반도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중수소는 유전자 변형과 세포를 죽일 수 있어 소량만 배출돼도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일본과 미국을 거쳐 200일 정도면 제주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제재판소에 잠정조치(일종의 가처분)를 구함과 동시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을 막을 방안으로 외교적 협의보다 국제법적 대응을 우선순위로 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은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이라며 사실상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논평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국제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지난 2007년 일본은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런던협약의정서에 가입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이 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면 위 협약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이 가입한 유엔해양협약에 따르면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려는 국가는 오염의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국가와 이해관계인들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해서 주변국의 이해와 공유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해양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국제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삼중수소로 인한 해양생태계 오염과 같은 피해를 입증해야만 국제재판소에게서 일본 정부가 행한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손해 배상도 받을 수가 있다.

우선 한국 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87조 제1항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법재판소,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제8부속서 특별중재재판소 중 한 곳을 선택해 소송을 낼 수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소송 절차에 들어갈 경우 양측이 사전에 선택한 재판소가 일치하면 해당 재판소로 가고, 그렇지 않다면 위 협약에 따라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가 재판을 맡는다.

담당 재판소가 정해지면 즉시 재판부를 구성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통상 당사국들이 재판부 구성에 신속히 합의한다면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5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도 당사국들이 재판부 구성에 이견을 보여 같은 해 6월 말이 돼서야 중재재판부가 구성된 바 있다.

이렇게 재판부를 구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당사국은 해당 재판소에 해양 환경에 대한 심각한 손상을 막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잠정조치’도 같이 신청할 수 있다. 잠정조치란 본안 판결이 나기 전 긴급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당사자가 재판소에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의 일종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년 후부터 방출할 예정인 만큼 국제재판소가 당장 잠정조치 명령을 내릴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잠정조치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권리가 급박한 위험에 처해있거나 심각한 손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통상적인 국가들의 사법제도와 달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국제재판소는 단심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패소가 결정되면 번복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잠정조치와 본안 제소를 철저히 준비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