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거래하면 더 싸다"... 오픈마켓 입점 업체 사기 기승

한석진 기자 입력 2020-08-17 08:00 수정 2020-08-20 08:41
  • 오픈마켓 결제 취소와 현금 결제 유도, 돈 받은 뒤 연락 두절

#1 주부 김씨는 지난 7월 한 오픈마켓에서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는 업체를 골라 김치냉장고를 주문했다. 잠시 후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와 “현재 오픈마켓으로 주문한 경우 김치냉장고를 한 달 뒤에나 받을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즉시 배송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김치냉장고를 취소하고 판매자가 알려준 온라인 쇼핑몰에서 97만원을 계좌이체로 결제했다. 그러나 즉시 배송해 준다던 냉장고는 오지 않았고,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2 회사원 장씨도 김씨와 같은 오픈마켓에서 100만원에 냉장고를 구매했다. 이후 판매자로부터 전화가 와 “현금으로 결제하면 15% 더 할인해 줄 수 있다”며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냉장고를 결제 취소한 뒤 판매자가 제공하는 계좌를 통해 현금결제하도록 유도했다. 노씨는 93만원을 결제했지만 현재는 판매자와 전화연결도 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최근 옥션, G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 쇼핑몰에 입점해 유수 가전업체 생활가전제품을 최저가로 올려놓고 소비자를 유인한 뒤 소비자에게 접근해 ‘직거래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사기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고가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이와 관련된 사기 행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관련 피해 상담이 지난 7월 초부터 1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의 돈을 뜯어냈을까?

먼저 인터넷 오픈 마켓에 입점해 “국내외 유수의 가전업체가 만든 고가의 가전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한다”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판매자가 연락해 배송 지연,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오픈마켓 결제를 취소시킨다. 그리고 “내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하면 바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이어 소비자에게 “나와 현금으로 직거래를 할 경우 오픈마켓에 올린 상품 가격보다 10~15%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줄 수 있다”며 현금결제를 요구한다. 끝으로 소비자가 대금을 입금하면 잠적하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직접 운영한다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도 중국에 서버를 둔 해외 사이트이며, 만들어진 지 2~3주밖에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자로 둔갑해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는 해당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판매자가 처음부터 해당 제품을 소비자에게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판매글과 판매자와 나눈 문자, 계좌번호가 표기된 이체내역서 등을 갈무리해 가까운 경찰서에 고소해야 한다. 수사당국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형법 제48조 제1항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겨났거나 취득한 물건, 범죄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위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범죄수익이나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0조 제1항은 재산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그 가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몰수란 범죄로 얻은 물건 등을 국가에서 거두어 들이는 것을 말한다. 추징은 몰수하여야 할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 그에 해당하는 값의 돈을 징수하는 것을 뜻한다.

만약 수사당국이 판매자들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들 범행과 관련된 물건이나 그 가액은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몰수·추징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범죄수익 등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10조 제1항에 근거해 몰수나 추징이 될 수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이들로부터 피해 금액을 돌려 받으려면 판매자를 상대로 형사고소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판매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은닉하는 등 판매자가 가진 재산을 이미 빼돌렸다면 강제 집행할 대상이 없어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주선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판매자가 계좌이체 등의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요구할 경우 사기 판매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난 10일 말했다. 소비자가 구매 전 해당 쇼핑몰의 후기나 정보를 꼼꼼히 살펴 사기 위험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어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업자에게서 추가 할인 가능성이나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개별 연락이 오는 경우 해당 오픈마켓이나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ecc.seoul.go.kr) 등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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