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8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 추세와 관련해 “‘쫄 것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월드컬쳐오픈코리아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고 연연해서 할 일을 못하면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권) 3년차 들어서 거꾸로 인기가 오르는 건 아주 드물고 희귀한 사례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 무능하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해라. 할 일을 차곡차곡하라”고 조언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월 1주차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설문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46.4%, 부정평가가 48.2%였다.
문 의장은 현 정부의 3년차 인사와 관련해선 율곡 이이의 용인술을 인용했다. 그는 “정권 3년 차는 수성(守城)의 때인데 레일을 깔았으니 달려야 한다”면서 “전문가,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를 함께 써라”고 말했다.
율곡 이이는 ‘식시무(識時務)’라는 글에서 왕조의 단계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창업’(創業), 성과를 지키는 ‘수성’, 쌓인 폐단을 혁신하는 ‘경장’(更張)의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용인술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시간이 지나 정권 막바지로 가면 느슨해진다. 그럼 ‘경장’의 용인술을 써야 한다. 그때는 전문가와 창업 공신을 섞어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의장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책무 중 하나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해냈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막말과 자극적인 말들이 쏟아지고 , 정치혐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언론에 대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품격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언론을 향해 “막말 정치인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각 언론사 논설위원, 정치부장들로 구성된 패널들과의 일문일답.
-작년에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까지 했던 선거제 개혁 문제가 올해 다시 교착국면인 것 같은데 타개 방안이 있다면.
“교착상태라는 질문의 전제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전제를 깔고 있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부정하고 싶다. 낙관한다. 꼭 된다.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촛불혁명의 배경에는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불신은) 정치개혁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고, 정치개혁의 요체는 선거제 개혁이다. 교착국면 아니고 잘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개특위 만들어서 선거제 개혁에 방점을 찍었고, 시한이 만료되는 12월 말 5당 합의해서 연장됐다. 또 현안을 3개로 정리됐고, 지금도 정개특위가 1월 안에 결과를 도출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9일 18명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회의장으로서 정개특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내 이름으로 임명장도 줬다. 이 안에는 전직 국회의장도 두 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 분들이 권고안 만들어 낼모레 나에게 전달한다. 어제는 내가 (초월회에서) 5당 대표에게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범위 내에서 이와 관련된 설명을 했다. 권고안 4가지인데 △비례성-대표성 강조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라는 선언 △선거연령 18세 인하 △의원정수를 360명 정도가 적정하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 각 당에서 안을 만들어서 진척시키자는 얘기다. 특히 선거제도는 유불리 따지고 당리당략 따지면 답 없고 의미 없는 싸움이 된다. 내 지역구(경기 의정부)에서 경험으로 직접 겪은 일이다.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정해지는 것이 가장 상식적 민주주의적 원칙이다 당리당략에 급급해서 일시적 현상 때문에 앞으로 못 나가면 안 된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올해 안에 마무리 안 되면 앞으로 정치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교황이 지난 1월 1일 평화의 날을 맞아 ‘정치는 평화에 봉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남북관계도 개선 됐고, 정치인들의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상식적이지만, 철학적으로 답변하겠다. 지금 단순한 평화를 한반도 평화로 전제하고 이야기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정치는 숙명적으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권력의 측면, 쟁취해서 자기 이상과 정치 실현하는 부분이 있다. 영원한 정치 본령은 규범에 따라 만인에 대한 투쟁,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또 통합의 측면이 있다. 꼭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분열의 장면을 전부 분열이라 매도하기도 어렵다. 바람직하지도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이다. 갈등 조정 수단에 있어서 역할은 내가 할 말이 많다. 어느 쪽이든 권력 쟁취 투쟁 이해하나 정치 본령은 통합에 있다. 계층, 지역, 이념, 좌우, 남북을 떠나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무신불립. 화이부동 모두 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보니 국민 60% 이상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른다. 국회의원 정원 늘리는 부분은 80% 가까이 반대한다. 세비 비용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부정적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또 국민을 설득해서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 문제 모든 핵심은 국민적 신뢰 기반이 없다는 데 있다. 국회가 국회의원이 신뢰 받으면 숫자나 예산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한다. 신뢰를 단 1%라도 올리기 위해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의원 정수가 늘어나야 선거제 개혁 된다고 주장하는데 완벽하게 동의는 안 한다. 현재도 비례대표를 1대 2로 하는 안이 있다. 지금 47명밖에 안 되는데 비례성 보완 측면에서 연동형이라고 굳이 이름 안 붙여도 가능한 선이 있다. 지금은 독일식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연동형 비례대표라고 하면 잘 모르거나 거부감이 있다. 독일식이 우리 체제에 꼭 맞는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합의를 위해 예산적 범위 내에서 10% 정도는 국회가 늘어나도 돈 한 푼 안 늘리고도 가능한 방벙을 연구한 것이다. 360명이라는 의원 정수에 대해 국민적 동의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개혁의 숙명이라면 여론조사 결과도 달라지고, 국회가 의결했을 때 (국민들이) 결사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연동형 비례제가 우리나라 대통령제에 맞는냐는 지적이 있는데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개헌, 선거제 관련 선후 문제가 있다. 동시에 (논의)할 수도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고, 오히려 그것이 더 바람직하다. 개헌은 끝났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국회가 할 일이다. 개헌의 본질은 국회다. 오죽하면 대선 공약이 있어 대통령이 개헌안을 낸 것 아니냐. 대통령 탓을 할 게 아니라 우리 탓을 해야 한다. 개헌이 갖는 국회 권한을 담담하게 실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하면서 대통령 탓을 대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지금 현재로선 선거제 합의가 끝나면 개헌 국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나오면서 지역구 축소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대표성 측면에서 목소리 작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개헌과 연계해 ‘지역대표형 상원제’가 대안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충분히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제도는 다 장단점이 있다. 아직 이르다. 지역대표성 우리가 민주주의 비례성만 강조하다보면 지역성 떨어진단 우려에는 동감한다. 최대한 보완하는 걸로 개헌, 선거제 개편이 논의해야 한다. 지역주의와 지역대표성은 전혀 다르다. 지역주의는 극복의 과제로, 지역대표성은 강조 사항이다.”
-국회의원 전체 세비 동결을 넘어 아예 특권 폐지까지 갈 수 있을까.
“국민적 신뢰가 문제니깐 신뢰를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특권 내려놓기다. 개헌도 사실 국민 동의를 위한 신뢰 회복에 있는 것 아니냐. 국회가 믿음만 주면 사실 국회가 모두 가져온다해도 마다할 사람 없을 것이다. 내가 볼 땐 예전에 비해 많이 내려놨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일 열심히 하면 봉급을 많이 준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1만5000여개 법안이나 좀 처리를 하자. 이를 위해 소위 활성화, 소위 정례화 두 가지 안을 규칙으로 만들어서 운영위에 가 있다. 연중무휴고, 상시국회가 되면 실력 국회가 되고 신뢰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민생경제 차원이나 산업발전 가로막는 규제개혁에 있어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작년에 4차 산업특위, 에너지 특위도 흐지부지됐는데 올해 규제개혁 차원에서 국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경제 문제에 대해선 아는 게 많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 3~4년차 방점은 경제에 있다. 민생을 거슬러서는 어떤 개혁도 혁신도 동력을 상실한다. 두말 할 것 없이 이를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가 선제입법을 통해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 정부 개각과 함께 현실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보다 실력 있고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보강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지수는 어떻게 보나.
“만남을 자꾸 가져야 서로 이해가 된다. 문대통령은 당선 되자마자 바로 5당 대표 스스로 찾아온 분이 아니냐. 일부 언론의 ‘혼밥하슈’ 기사는 약간 과장된 것이다. 취지는 맞다. 나는 ‘시중에서 혼밥을 하신다는 말이 나온다면 문제인데, 내 귀에 들립디다’라고 말했다. 그냥 ‘허허허’ 웃으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회 연설에 대한 견해는.
“국회 연설을 원하면 (답방을) 온 다는 게 전제되고, 국회연설 하고 싶다고 하면 나는 연설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연설을 하기위해 또 노력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대통령도 북측에 가서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했다. 우리가 15만 군중 만들 필요도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지금 반대론자가 많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야당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조건이 있다는 것 아니냐.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
-최근 인터넷이나 SNS, 팟캐스트·유튜브 방송들이 국민과 정치인들 소통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민주주의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겁을 낼 필요 없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기본이다. 막으면 막는대로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 트렌드를 장려한다고 까지는 말 못해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로 규제하는 법률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맞붙어 이겨내는 거다.”
-지난해 10월부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져서 지금 부정평가가 더 높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와 대처방안에 대해.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데 지지율은 원래 떨어진다. 그렇다고 바닥을 쳤다고 볼 수도 없지 않나.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쫄 거 없다’다. 지지율 때문에 (대통령) 당선이 되지만, 지지율 때문에 도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무능하다는 소리만 듣지 않으면 된다. 다만 심기일전하고 신발끈을 조여할 시기다.
-청와대 인사에 대해서 조언을 한다면.
“율곡 이이 선생이 ‘창업할 때는 창업공신을 중용하라’고 말했다. 그 다음 단계에는 전문가와 창업공신을 섞어 써라. 지금까지는 무슨 코드인사라는 말해도 변명할 여지가 있다. 이제 집권 3년차는 이념으로 인사를 한다는지, 보상 인사 끝내야 할 시기다. 계속하면 문제가 된다. 이것은 상식의 이야기. 대통령을 만날 일이 있으면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신재민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이 자극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데 공익제보는 전통적인 진보진영의 의제 아니였나. 의장의 견해는.
“공익제보라면 보호받아야 한다. 이 정부는 공익제보를 수없이 강조하면서 탄생한 정권아니냐. 그런 걸 가지고 고발·고소를 하는 것은 ‘오버’다. 이번에 운영위원회도 봤고, 개인 소신과 조절측면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말에 동의한다.”
-지난해 연말 일부 국회의원들이 베트남 다낭을 갔다가 논란이 됐다. 어떻게 보나.
“의원외교가 간단치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주 해외에 나가서 접촉하고,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예 없앨 수도 없다. 그래서 위원회의 승인이 나면 가는 것으로 바꾸는 중이다.”
-올해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임시의정원 100년을 맞아 국회의 역할은. 3·1운동을 3·1혁명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우리가 헌법에 기본적으로 3·1운동 정신 기리자는 측면 있다. 개인적인 소신은 말할 수 있지만, 국회의장 자격으로는 조심스럽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올해 이를 위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시의정원 마지막 의장을 지낸 홍진 전 의장의 손녀가 뉴욕에 계시는데, 임시의정원 간판을 가지고 오겠다고 해서 세리머니 겸해서 기념행사를 할 생각이다. 홍진 의장 흉상 제막식도 하고 국회 로텐더홀에 임시의정원 당시 최초로 추정되는 사진과 대한민국 헌법에 해당되는 임시의정원의 기본 헌장을 서예로 만들어서 걸 계획이다. 3·1운동을 혁명으로 보는 문제는 상당한 역사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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