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국회에서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률이 총 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낙태죄 처벌' 등 9건의 법안은 개정시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국회의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도 좋고 정쟁도 좋지만,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한 필수 법안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국회사무처가 낸 '최근 헌재결정과 개정대상 법률 현황' 자료를 보면 헌재 결정에 따른 국회 위원회별 개정대상 법률은 총 43건이다. 그중 위헌은 23건, 헌법불합치는 20건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 조항은 바로 무효가 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적용 중지 헌법불합치' 결정 제외)을 받으면 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그 효력이 유지된다. 헌재가 일정 시한을 정해 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기에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빈번히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낙태죄 처벌'과 관련한 법안이다. 낙태죄는 2021년부터 효력이 정지됐다. 2019년 4월 형법 제269조제1항, 제270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의사낙태죄' 처벌과 관련해 헌재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으나,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죄가 사라진 것이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인지, 낙태의 사유는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이 쟁점이다. 국회가 법 개정을 뒷전에 둔 사이 최근 임신 36주의 임산부가 낙태 수술을 받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나왔다. 이런 극단적 상황은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처벌할 수 있는 낙태죄 조항이 아예 없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판이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이들을 강간 및 강제추행해 처벌받은 사람이 공무원 임용을 금지한다는 조항 또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지만,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개정 시한이 지난 상태다.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의 경우 지난 5월 31일을 기점으로 개정 시한이 지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국가·지방공무원에 임용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없다.
헌재는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로 형을 선고 받은 경우라고 해도 범죄의 종류, 죄질 등은 다양하므로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상당한 기간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즉 일괄적이고 지나친 임용 제한 대신 차등적인 제한 규정을 만들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런 실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모든 성범죄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게 생겼다.
이 외에도 과거 2년 이내 정당의 당원경력을 법관의 임용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원조직법 관련 조항, 대북 전단 등 살포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법률안 등 입법이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여야간 이견 조율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사례들이 많아 국회의 대체 발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위헌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입법 책임을 방기해 (낙태죄의 경우) 여성의 건강권 침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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