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지난 25일. 국회의 검찰에서 수사 관련 분위기 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졌다. ‘한동훈 사단’으로 불리는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같은 날 ‘톤’을 낮춘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먼저 장 위원이 나섰다. 사실상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채상병 특검안’을 거둬들였다. 그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이 부결된다면 저는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3자 특검에 대해서 ‘전혀 받을 수 없다’고 말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을 전제하고 제3자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을 포기하거나 국민의힘과 상의해 수정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는 여당이 굳이 제3의 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개인 생각이라고 전제했지만 한 대표의 원내 좌장격인 인물이란 점에서 ‘한 대표의 입장 선회’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한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채상병 특검법이 아닌 여당 안으로 바꿔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이어서, 아무리 수정안이라 하더라도 윤 대통령 측이 곱게 봤을 리가 없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현재의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기존 대립각에 더해 더 큰 충돌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이 제기하는 ‘김건희‧채상병 특검’과 ‘한동훈 특검’을 윤-한 양측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김건희‧한동훈 수사 가능성은…'한동훈 대표' 등장에 복잡해진 특검 방정식> 기사 참조).
이 때문에 채상병 제3자 특검 철회는 한 대표 측이 윤 대통령에 보내는 일종의 ‘불가침 조약’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엔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갈등 봉합’에 돌입했다. 이 총장은 주례 정기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현안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내용이다.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출장 조사’ 및 ‘사후 보고’와 이에 대한 대검찰청의 ‘진상 파악’ 지시로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이 같은 입장을 밝힘으로써 갈등 국면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당초 이원석 총장은 김건희 여사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대통령실과 박성재 법무장관 등과 대립해왔다. 지난 5월엔 검찰 인사에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고 사후 통보 받는, 이른바 ‘패싱’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반발해오던 이 총장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사팀에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난 22일 발언도 수사팀에 책임을 묻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결국 각종 특검과 ‘김건희 수사’를 두고 대립하거나 신경전을 벌이던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인사들이 당분간 소강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내부 갈등보다 최소한 당분간은 전략적 동반 관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향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야당은 한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민심 동행을 운운하던 한동훈 대표의 공약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첫 출발부터 용산 해바라기, 대통령 부부 허수아비를 자처하는 것을 보니 한동훈 체제의 싹수도 노랗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되면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던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라는 권력을 쥐는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지워버렸다”며 “표만 얻기 위해 국민 기만 거짓 선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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