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사실혼 관계의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받아줘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최초로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일부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밝혔다.
소씨는 같은 남성인 김용민씨와 2017년부터 동거하다 2019년 동성부부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해 2월 소씨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저희는 동성 부부라 한국에서는 아직 혼인신고를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동거하고 있고 2019년 결혼식을 올린 사실혼 관계에 있습니다. 저희도 다른 이성 부부들과 똑같이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를 할 수 있는지요. 가능 여부와 가능하다면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 절차를 알려주세요"라고 민원을 올렸다.
다음날 다음과 같은 답변이 달렸다고 한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고객님의 피부양자로 취득 가능하니 다음과 같이 서류를 제출하셔서 피부양자 취득 신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두 람은 곧바로 각종 서류를 제출해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물론 건보공단 담당직원이 의도적으로 이같은 답변을 하고 피부양자 등록을 해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건보 안팎에서는 이 등록은 단순 실수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실제 건보공단도 그해 10월 "등록은 단순 착오였다"면서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등록을 취소했다.
이에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며 소씨 패소 판결을 했다. 반면 2심은 소씨와 김씨의 관계를 현행법상 사실혼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소송에서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동성결합과 사실혼 관계의 실질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동성결합에만 피부양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청에게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했다"며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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