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북한법 전문 변호인들 “남북경협이 비핵화 기여할 것”

장은영 기자 입력 2019-02-22 01:10 수정 2019-02-22 01:10
  • 김광길 “北, 군사력 아닌 경제력으로 안보 지킬 수 있어”

  • 임성택 “부분적 대북제재 완화…한반도 평화에 도움”

  • 이찬호 “대북제재 상황 엄중…남북경협이 쉬울 수도”

  • 권태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긍정적으로 기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19.2.19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북미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선(先)조치가 있어야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남북 경협이 북핵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남북 경협이 이뤄지면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2차 북·미회담에서 기대할 만한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 “남북 경협으로 북핵 문제 풀 수 있어”

김광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 경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경협으로 북한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는 이유는 안보 때문인데,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을 통해서도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북한은 군사적으로만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과도하게 군사력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군사력만으로 안보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 등 종합적인 국력에 의해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남북 경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북한도 이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협상에서 안보 문제와 별도로 남북 경협이 하나의 수레바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역시 “남북 경협이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2차 북·미회담에서 지난 1차 회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분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남북 경협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어느 게 먼저랄 것 없이 함께 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한번 교류하기 시작하면 서로 간의 끊어지기 힘든 관계가 형성되고, 북한에 비가역적인 체제 보장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일부 야당에서 남북 경협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개혁 학습의 장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이 세계 수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한 부분은 보수·진보를 떠나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광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권태준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 [사진=아주경제]


◆ “대북 제재 완화 낙관하기엔 엄중한 상황”

반면 2차 북·미회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추가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북 제재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 남북 경협이 쉬울지 모르겠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관련해서 획기적 제안이나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의회 측이 강경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행정부만의 결정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미가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대북 방송과 탈북 난민 지원, 인권증진 활동에 한해서만 북한 관련 예산을 지출하는 내용이 담긴 ‘2019 회계연도 예산지출법안’을 가결시켰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통해 대북 지원에 ‘빗장’을 내걸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 의지를 피력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 경협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진하자는 것이고, 이에 따른 이익도 남과 북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나쁜 접근은 아니다”라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권태준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는 “큰 틀에서 전폭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1차 북·미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못 낸 점을 의식하면 뭐라도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정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조심스럽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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