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결산] 일본의 의도된 ‘뒷짐’…‘마이너스의 손’ 역할 자처

김봉철 기자 입력 2019-03-03 16:00 수정 2019-03-04 06:08
  • 회담 전부터 각종 ‘찬물’…‘막말’로 신경전 도발만

  • 전문가 “일부 조야, 미·일동맹 강화 추세 우려돼”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전날 오키나와(沖繩)현에서 실시된 헤노코(邊野古) 미군기지 공사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 평화 분위기를 계기로 촉발된 동아시아 재편을 둘러싼 국면에서 일본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담 시작 전부터 미국 정부에 당분간 북한에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하는 등 이번 ‘하노이 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움직임이 찜찜하다”며 이번 회담 결렬 배후로 일본을 지목했다. 정 대표는 “하노이 담판 결렬 뒷전에 일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서 “세계의 지도자 중에 하노이 담판 실패에 환호한 사람은 아베 총리 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같은 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에서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였다”면서 “그 각료들도 희색만면해 잘됐다고 하는데 3·1절에 그 장면을 보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이른바 ‘싱가포르 회담’으로 불리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초계기 비행 갈등 문제로 한국과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는 중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문 의장이 지난달 8일 한 인터뷰에서 한 이 발언은 상당 부분의 전후맥락이 생략된 채 알려져 곤혹을 치렀다. 문 의장은 이 발언으로 지난달 미국 순방 기간 내내 일본 언론들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됐다.

결국 문 의장은 현지 동행 취재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발언을 다시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문 의장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인 10년 전 ‘일본 정계 인사들로부터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방한할 경우, 각종 우려스러운 사태에 대해 비공식 타진을 받았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에게 일왕이 ‘한국에 오고 싶다’며 (직접) 다리를 놔달라”는 발언으로 와전됐다.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沢勝栄) 자민당 의원 이를 두고 궁내청에 문 의장의 일왕 면회 기록까지 요청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 정치권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일본 입장에서 (한국이) 말려들면 좋고, 안 말려들면 한국에게 양보를 요구하면 되는 것”이라며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한국을 묶어두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일본은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역할을 많이 해왔다”면서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를 적극 포섭하고 있는데 이들이 하나같이 미·일동맹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는 미·일동맹이 돌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역할 중 하나인데 한·미동맹에 비해 미·일동맹이 너무 강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도 미국 순방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국 주요 조야(朝野)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워싱턴 로비’에 쏟는 인적·물적 자원 총량이 한국의 60배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앨리엇 엥겔 하원외교위원장은 ‘왜 한국이 박근혜 정부 때 아베 정부와 맺은 위안부 합의를 깼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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