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 사업] 與는 환영…野·탈락지역은 "총선용 퍼주기"

최신형 기자 입력 2019-01-29 18:27 수정 2019-01-29 18:27
  • 예타 면제 논란 가열…與野 지역별로 반응 엇갈려

  • 전문가 "견제 무력화·예타 조항 우회꼼수 만연할 수도"

정부가 29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29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와 지역구 사업이 예타 면제로 선정된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판 '뉴딜(경기부양을 위한 공공 견인사업)'을 환영하는 반면, 야당 지도부와 탈락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에 유감을 표했다.

23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한다. 매년 연말 되풀이하던 지역구 '짬짜미 예산'의 구태를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예타 면제에 탈락한 수십 개의 사업은 사실상 우회 통과를 위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판 뉴딜, 與野·의원별로 희비

여야는 이날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발표 후 미묘한 반응을 나타냈다. 정부·여당은 "예타 면제는 정부의 의무이자, 균형발전 조치"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예타 면제는 총선용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각 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이 예타 면제를 놓고 각자도생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자신의 지역구 숙원 사업인 신분당선 연장선이 예타 면제에서 탈락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남북내륙철도의 예타 면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서남해안 관광도로 건설사업 등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되자 "지역균형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오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들이 민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발표로 △혈세 낭비와 국회 견제장치 무력화 △예타 조항 우회도로 만연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선심성 예산 논란에 우회도로 길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발표로 △혈세 낭비와 국회 견제장치 무력화 △예타 조항 우회도로 만연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중(DJ) 정권 때인 1999년 도입한 예타 조사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국가 재정 300억원 이상' 투입하는 신규 사업이 거치는 일종의 '강행 규정'이다. 기획재정부 운용지침에서도 예타의 1순위 목적은 '예산낭비 방지·재정운용의 효율성'으로 명기했다.

그러나 경제성 없는 사업이 '지역균형발전' 미명하에 대거 포함됐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편익 대비 비용(B/C) 비율 조사에서 '낙제점(1 미만)'으로 평가받은 남부내륙고속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를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KDI가 1999년∼2017년까지 진행된 예타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사업은 전체 사업 690건 가운데 327건(47.4%)에 그쳤다.

문제는 국회의 견제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예타 면제를 받은 23개 사업은 조기 착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타 사업의 전제조건인 '예산 확보'에도 사실상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여야는 오는 연말, 예타 면제 사업의 조기 완공을 위한 예산안 끌어들이기 작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예타 대상 기준 완화를 천명했다. 20년 전 예타 조항 도입 당시 577조원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기준 1637조원까지 증가한 만큼, 예타 기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 경우 예타 면제에 탈락한 경제성 없는 사업 다수도 '우회의 길'을 통해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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