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윤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데도 고위공직자 자리에 계속 추천되거나 임명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윤 대통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이날 임명을 강행했다. 상임위원으로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57‧연수원28기)를 임명해 ‘2인 방통위 체제’를 복원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위원장은 울산 출신으로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헌법재판소 한법연구관과 부산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21년 2월 퇴임하고 울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10월 권익위 부위원장에 전격 발탁됐다. 올초엔 여권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들이 그를 제2대 공수처장 후보로 밀었다. 여러 이유로 추천위 자체가 파행을 겪다 결국 김 부위원장 처장 임명은 무산됐지만, 그를 처장으로 발탁하려던 여권의 시도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 그가 이번엔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낙점된 것이다. 이 정도면 윤 정부의 ‘숨은 실세’로 불릴 만도 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사이에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 심지어 법조계에 숫자가 많고 ‘주류’로 불리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조차 아니다. 법조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내가 알기론 윤석열-김태규 인연은 없고 서로 모르던 사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알게 돼 (윤 대통령이 김을) 실무적으로 (좋게) 평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첫 관계는 대선 무렵이란 것이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 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며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다. 권익위 입성 이후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것을 두고 여러 차례 비판 목소리를 내며 충돌한 바 있다. 권익위 내에서 윤 대통령의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최근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며,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대통령과 배우자가 받은 금품은 수수 즉시 국가가 소유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신고 의무가 없다”며 ‘조사 종결’ 처분한 데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법조 출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기본적인 호감도 작용했다. 김 부위원장도 윤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를 차고 다닐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한다.
김 부위원장은 사실 법조계 시절에도 보수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판사들의 탄핵을 국회에 촉구하자, 법원 내부망에 "전국법관대표외의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20년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국회 탄핵’을 이유로 반려하고 나중에 거짓해명을 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대법원장의 거짓”이라며 “대법원장의 퇴진만이 법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후배 법관들의 자존심을 되돌려주는 마지막 희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직 후에는 변호사로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을 공개 비판했다. 당시‘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김 부위원장은 “정치적 소신만 강한 아마추어들에게 국가의 입법권이라는 큰 권한을 맡겨 두었더니, 철없는 아이들이 장난감 부수듯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 놓았다”며 “너무 크게 부수어 놔서 정상으로 회복하는 길도 참 복잡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을 임명한 데 대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방송장악으로 독재의 길 가겠다는 망상을 접어야 한다”며 “(방통위 2인체제 등) 국가기관의 위법적 운영에 따른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 있고 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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