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논란에 검찰 소환까지...'잡음' 끊이지 않는 전직 대법원장들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7-30 11:12 수정 2024-07-30 11:12
  • 양승태, 대법원 사건 변호 맡아

  • 김명수는 거짓말에 檢 소환대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아주로앤피] 최근 양승태-김명수로 이어지는 전직 대법원장들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이번에는 대법원 사건 소송대리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역시 거짓 해명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양 전 원장은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에 산언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신공영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제출했다. 퇴직한 대법원장이 대법원 심리 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양 전 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기간(2011~2017년)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재직한 기간(2014~2020년)이 일부 겹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 전 원장이 '전관예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 중인 형사 사건에 그가 변호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형사소송법에 불공평한 재판을 방지하기 위해 법관의 제척·회피 제도를 두고 있지만 양 전 원장과 조 원장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다. 제척은 법률에 규정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법관이 당연히 그 사건 심판으로부터 제외되는 것을 말하고, 회피는 기피사유가 있다고 생각되는 법관이 스스로 그 사건의 직무집행으로부터 물러나는 걸 말한다.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법관은 순환보직이라서 1~2년 단위로 근무지를 옮겨 다니다보면 같은 곳에서 근무한 경우가 많고 사실상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단순히 판사와 소송대리인이 과거 함께 근무했던 사실만으로 제척이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의 행보는 전관예우 철폐 약속을 실천하며 개업 개신 후학 양성 길을 택한 대법관 및 전직 대법원장들의 모습과 대조되면서, 전직 대법원장이 변호사로 전면에 나선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1년 "퇴임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전임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내달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도 변호사 개업 대신 후학 양성에 힘을 힘을 쏟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법관 청문회 당시에도 이미 전관예우 악습 철폐를 위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퇴임한 안철상·조재연 전 대법관도 현재 로스쿨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3년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면 대형로펌 등을 가는 전직 대법관들도 있지만 여전히 대법관으로서 명예를 지키고 사법 신뢰를 높이기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집중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관들은 전관예우 철폐를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정작 사법부 수장은 대법원 사건 소송대리인으로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전관예우 폐해를 지적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텐데 전직 대법원장이 대법원 사건을 변호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대법원장 재직 시절 재판 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1월 1심에서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양 전 원장의 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사법부 수장이 오히려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으로 해명한 혐의를 받는 김 전 원장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조사받은 양 전 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명수 전 원장은 2020년 5월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부당하게 반려하고 국회에는 사표를 반려하면서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임 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김 전 대법원장이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져 허위 해명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2020년 임 전 부장판사를 비롯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판사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김 전 원장을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잇따라 두 명의 사법부 수장들이 형사사건에 휘말리면서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동료·후배 법관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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