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폐지법‧법관증원법 '휴지통' 위기…'법 없이도 살 사람' 돼라는 국회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5-22 17:00 수정 2024-05-22 17:04
  • 21대 국회 만료면 폐기 수순

  • 입법공백‧재판지연 불 보듯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격려방문 법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격려방문 법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9일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를 앞두고 낙태죄 처벌 폐지, 법관증원법 등 주요 관심 법안들이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해졌다.
 
특히 낙태죄 처벌 폐지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경우 입법 공백 사태가 5년째 이어지게 된다. 사법부 최대 현안인 법관증원법도 폐지될 경우 재판지연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법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판결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심각한 상황과 직결된 법안들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가 29일을 끝으로 임기만료 될 예정이라 사실상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여야가 모두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둘러싼 공방에 몰두하고 있어 법조계 주요 현안들이 처리될지 미지수다.
 
입법 공백 장기화로 개정안 통과가 가장 시급한 법은 낙태죄 폐지 법안이다.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 처벌 규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은 66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체입법을 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낙태죄 폐지에 관한 개정안은 2020년 이후 국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채 개정 시한을 넘겼다. 임신 14주, 임신 24주, 전면 허용 등 낙태 허용 기준을 두고 합의점조차 찾지 못했기 떄문이다. 대체입법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5년째 잠들어 있는 상태다. 
 
국회가 법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여전히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이 수술 가능한 병원을 겨우 수소문하거나 '먹는 낙태약' 등을 음지에서 구하는 실정이다. 국회 보좌진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불합치결정을 내린지 수년이 지났는데 국회에서 입법 공백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법관증원법'은 법조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은 2014년 개정돼 5년간 법관 370명이 늘어났고 2019년 3214명이 된 후 지금까지 늘지 않고 있다. 법관 현원은 정원에 거의 근접한 3105명이다. 개정안은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5년간 3584명으로 370명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관증원법 개정안은 발의된지 1년 반 만에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문턱을 넘었다. 법안소위를 겨우 통과했지만 법사위 전체회의 및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판·검사 정원을 같이 늘리자는 여당과 판사 정원만 늘리자는 야당이 입장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법원은 예년보다 30~40명 적은 109명 이하의 신규 법관을 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 30~40개 법원에서 민·형사 단독 재판부가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남은 재판부가 떠맡는 사건의 수가 늘어나고 이는 재판지연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관과의 간담회에서 "법관의 수는 부족하고 법조일원화(일정 경력 이상의 변호사 중 법관을 선발)로 인해 법관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일할 여건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재판 지연으로 인해 국민은 분쟁의 장기화 속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어 법관증원법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 법관증원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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