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 노동법원 신설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쪽과는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윤 대통령이 화해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한다.
1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노동법원’이 법원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로 진보 정권에서 사법개혁 과제로 가끔 거론됐지만 보수 정권에서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건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이어져도 여야 합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기본 준비를 하고 사법부와도 협의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에 관련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해고가 공정했냐 아니냐, 정당하냐 아니냐 뿐 아니라 노동형법을 위반해서 어떤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직이 포화 상태에 이른 법원 입장에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고 조 단위의 예산을 간만에 법원 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계기여서 중점 추진과제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정책법원으로서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현실화하면 기존 대법원과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 기존 3종에다 가정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 회생법원에 이어 8번째 법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 경우 노동법원을 1심 법원으로 둘지, 기존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 판단 후 사실상 2심으로 둘지 등도 고민 대상이다. 특허법원은 불복하면 바로 대법원으로 가는 실질적인 2심 역할을 한다(하급 기관으로 특허심판원이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상고법원 설치 등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양 원장은 물론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수사를 받았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47개 혐의 전부 무죄가 나왔다. 법원 쪽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불편해했던 것도 사실이다.
법원의 또 다른 ‘희망사항’이었던 노동법원 신설안을 제시하면서 화해 모드로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기에 따라 상고법원 수사로 법관들의 인심을 잃었던 윤 대통령이 노동법원으로 만회하려는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서울고등법원의 의대정원 확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 등 정부로서는 중요한 재판도 걸려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입장에서는 재판 지연 문제와 인사 적체 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노동분야에 새로운 사법시스템이 등장하는 셈이어서, 노동계는 물론 법률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히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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