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던 그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 사건 나흘 지난 2일, 이태원역 찾아보니
  • 이태원역 인근 무거운 추모 분위기
  • "여전히 참사 믿기지 않아" 안타까움 표현하기도
  • "정부의 후속 대책 아쉬워" 공통적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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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03 09:50
수정 : 2022-11-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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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석우 기자]

[아주로앤피]

“할로윈에 들떠 밝게 웃던 그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길 빌겠습니다.”
 
여러 송이의 흰 국화꽃과 소주병, 맥주 캔 사이에 빨대가 꽂힌 초코우유가 놓여있다. 초코우유 한쪽에는 담담하면서도 절절한 소망이 담긴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일 오전 11시께 이태원역 1번 출구의 모습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반대편에는 시민들이 헌화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바닥에는 한 여성이 앉아있었고, 사람들은 그녀가 나눠주는 국화꽃으로 헌화를 한다. 그 뒤 고개를 숙여 애도를 표하는 대부분의 시민은 눈을 감으며 울음을 참는 듯했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성석우 기자]

이태원역 인근 상인들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2일 오전 대부분의 상점은 휴점 상태였다. 1번 출구 근처 골목의 모 식당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 5일 애도 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의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이태원역 인근에 열린 카페가 극히 적어 유일하게 열려있는 모 프랜차이즈 카페에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태원역 추모공간 근방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우리가 평소 걷는 길, 사고가 일어나리라 생각지 못하는 그 거리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참사를 겪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20대 여성 B씨도 “(사건을 접한 뒤) 충격을 받아서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이뤘다”고 토로했다.

녹사평역에서 만난 20대 남성 C씨는 지인과 연락되지 않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가 나왔을 때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고 희생자가 늘어난 것을 알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연락이 안되는 친구가 있어 ‘저 사이에 있지 않을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친구는 무사했지만, 비슷한 처지의 청춘이 희생된 점이 슬펐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눈 이들은 대부분 정부의 사후 대책을 비판했다. A씨는 “이런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 대책을 세워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점에 분노한다”며 “심지어는 사과나 진상 규명 없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정부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B씨도 “정부는 도대체 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모습 [사진=성석우 기자]

20대 남성 D씨는 이태원 참사를 다룰 때 언론의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참사가) 사건을 향한 어떤 말이나 생각을 하는 것조차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듯해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의 사연을 면밀하게 취재하는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 지적했다.
 
한편, 이태원역에서 약 700m 떨어진 곳에는 녹사평역 합동분향소와 심리지원 상담소가 조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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