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침수차' 진입, 법으로 못 막는 이유

  • 기록적 폭우로 침수 차량 대거 발생… 중고차 시장 유입될까 우려
  • 금감원 "침수차량 불법 유통 철저하게 관리할 것"
  • 전손 처리 대상 차는 반드시 폐차 처리해야
  • 특약 보험 미가입 침수 차량에 대한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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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6 09:14
수정 : 2022-09-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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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밈된 일명 '서초동 현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주로앤피] 수도권에 내린 시간당 110㎜ 넘는 기록적 폭우로 서울 일대가 잠기며 침수 차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기록적 비가 내리던 지난달 8일 ‘서초동 현자’로 불리는 이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이 사진을 보면 제네시스 G80으로 보이는 자동차 한 대가 물에 잠기자 차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차 위에 올라가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 사진은 각종 SNS에서 영화 포스터로 합성되는 등 인터넷 밈(Internet meme·온라인상에서 이미지·동영상·해시태그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돼 사회 문화적 놀이로 자리 잡히는 현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침수된 차량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내는 한편 중고차 시장에 침수 사실을 숨긴 차가 올라올 수 있다며 걱정하는 반응을 보인다.
 
‘서초동 현자’ 사례처럼 집중호우 이후 차량 침수가 다수 신고됐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사들은 “손보사가 접수한 침수 차량은 지난 23일 기준 1만1988대로, 추정 손해액은 1549억원에 이른다”며 “피해가 큰 전손(전체 손상) 차량 비중은 전체 중 58.6%(7026대)”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침수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불법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법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사에 의해 ‘전손 처리’된 자동차만 폐차하게 돼 있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수차 임시 적치장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들을 폐차장으로 옮기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손 처리란 보험 대상이 위험으로 인해 상업적 가치를 잃어버렸을 때 하는 처리를 뜻한다. 차량 가치가 0원 이하인 상황을 말한다.
 
자동차보호법 제2조(정의) 13. '전손(全損) 처리 자동차'란 피보험자동차가 완전히 파손, 멸실 또는 오손되어 수리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피보험자동차에 생긴 손해액과 보험회사가 부담하기로 한 비용의 합산액이 보험가액 이상인 자동차로서 '보험업법' 제2조에 따른 보험회사(이하 “보험회사”라 한다)가 다음 각 목으로 분류 처리한 경우를 말한다. △도난 또는 분실 자동차로 분류한 경우 △수리가 가능한 자동차로 분류한 경우 △수리가 불가능하여 폐차하기로 분류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침수 차량은 세 번째 항목인 △수리가 불가능하여 폐차하기로 분류한 경우다.
 
전손 처리 대상 차는 반드시 폐차를 요청해야 한다. 같은 법 제26조의2(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자동차의 폐차 처리) 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자동차의 소유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전손 처리 결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내에 해당 자동차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에게 폐차 요청하여야 한다.
 
문제는 모든 차량이 침수를 보상해주는 ‘자차 특약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차 특약 보험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규정된 의무보험이 아니다. 2022년 현재 자차 특약 보험 가입률은 약 70%에 해당한다. 보험 대상자가 아닌 나머지 30%의 차량은 침수가 돼도 폐차를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침수 사실을 숨긴 차가 거래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거래 후 자신이 인수한 차량의 침수 사실을 알게 됐다면 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보호법 제58조의6(매매 계약의 해제 등) 1항 자동차매매업자의 매매 또는 매매 알선으로 매매 계약을 맺은 자동차 매수인은 해당 자동차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동차인도일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해당 자동차의 주행거리, 사고 또는 침수 사실이 제58조제1항제1호의 고지 내용과 다른 경우 △제58조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른 사항을 거짓으로 고지하거나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30일 이내에 침수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보호받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왼쪽 둘째)이 지난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희룡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보험 미처리 침수차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국토부가 보험 미처리 침수차에 대한 폐차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험회사의 전손 처리에 국민 안전에 대한 기준을 전적으로 맡겨 놓고, 30% 정도로 알려진 보험 미처리 침수차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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