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 횡령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고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도 몰랐고 이것을 통해서 얻은 이익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 부서 업무를) 단지 도와줬을 뿐인데 이 자리까지 온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경영진들이 파렴치한 사람이 돼 있어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 측 변호인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불법 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무상 횡령죄는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후원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이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원 9명도 대체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들은 아울러 검찰이 분리 기소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업무상 횡령 사건을 병합해서 함께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제2호, 제11조 제2항은 후원인이 하나의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고, 같은 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제31조 제2항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앞서 검찰은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 전직 KT 대외업무 담당 부서장 맹모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11억5,000만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비자금을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00만∼300만원씩 금액을 나눠 후원회 계좌로 이체했다.
구 대표 등 KT 전·현직 임원 10명은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원의 후원금이 건네졌다.
검찰은 구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각각 약식기소 했으나 구 대표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한편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첫 공판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홍성훈 변호사는 “오늘자 서울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권성동, 김경진, 박홍근, 우상호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이 들어갔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다. 게다가 KT가 국회의원 등급을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는 보도는 더욱 놀랍다”며 “앞으로는 쪼개기 후원 같은 논란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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