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동성혼과 세금

채용현 변호사(법무법인(유) 대륙아주) 입력 2022-01-26 06:00 수정 2022-06-04 17:00

    [사진 = 채용현 변호사]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은 동성혼(同姓婚)은 사실혼이 아니므로 동성의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전부 기각했다. 사실혼은 혼인의사의 합치와 혼인생활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는데, ‘혼인’이란 남녀간의 결합이 근본요소로서 동성간 결합까지 사실혼으로 확대 해석할 근거가 없고, 어디까지나 동성혼은 혼인법 질서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입법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 주된 논거였다(서울행정법원 2022. 1. 7. 선고 2021구합55456 판결). 
 

많은 국가에서 동성혼 합법화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파고(波高)가 거세고 높다. 필자가 위 판결이 게재된 포털 기사의 댓글들을 읽어보아도 법원 판결을 지지하며 동성혼 부부들을 힐난하는 시선들이 무척이나 따갑다. 사회적 인식뿐만이 아니 제도 또한 마찬가지인데, 동성혼 부부들은 구청의 혼인신고수리부터 일방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 이르기까지 부부(夫婦)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자가 동성혼에 관한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려고 서두를 뗀 것은 아니다. 다만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이외에 과연 실생활에서 어떤 문제들을 겪고 있을까 ㅡ 특히, 평소 조세사건을 주로 다루는 필자의 입장에서 현행 세법상 동성혼 부부들이 서로를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세제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일지 문득 짚어보고 싶어졌다. 
 

어떤 부부가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받으면 세금 측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실생활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만한 것은 아마도 소득세법상 연말정산에서의 배우자 인적공제일 것이다. 소득세법은 종합소득이 있는 거주자의 배우자로서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연 150만원을 거주자의 종합소득에서 공제해준다. 하지만 동성혼인 배우자는 소득세법상의 배우자가 아니므로 연말정산 시 배우자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증여 시 배우자 공제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거주자가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6억원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준다(단, 10년 이내 증여분 합산). 배우자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는 상증세법 평가방법에 따를 때 시가 10억 원 전후의 부동산을 세부담 없이 분산 이전할 수 있는 절세방법으로 활용되지만, 동성혼 부부의 경우에는 이러한 선택지를 고려할 수 없다. 참고로, 상증세법은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 공제로서 5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는데, 동성혼 부부의 경우에는 민법에 따른 상속권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므로 상속세가 발생할 여지조차 없다. 따라서 동성혼 부부 일방의 사망 전 나머지 배우자가 상속의 효과와 유사하게 재산을 이전받는 경우에는 생전과 마찬가지로 증여세가 부과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혼 시 과세 문제이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위자료 성격으로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정신적 또는 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보아 증여세나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상증세법 기본통칙 4-07). 또한 이혼 시 재산분할로서 다른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이전할 경우 부부가 함께 일군 재산으로서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부과되지도 않는다(소득세법 기본통칙 88-01). 반면, 동성혼 부부의 경우에는 혼인을 전제로 한 이혼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동성혼 관계를 정리함에 따른 위자료나 재산분할 조의 재산이전에 대해 모두 증여세가 과세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현행 세법 아래에서는 동성혼 부부의 사실상 혼인 시부터 혼인 해소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없으므로, 적어도 세금 측면에서는 남남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행 세법이 동성혼을 혼인관계로 인정하지 않음(즉, 남남으로 봄)에 따른 반대국면에서 간접적으로 유리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예컨대 소득세법상 1세대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관련하여 1세대는 법률혼 부부를 기준으로 하므로 동성혼 부부의 경우 각자가 세법상 1세대로서 총 2주택에 대한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이나, 소득세법상 특수관계자인 배우자의 범위에서 제외되어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배우자의 체납 시 자신이 배우자가 아님을 근거로 체납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등의 이점들이 그것이다.
 

세법은 법률혼,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과세방식이 규정마다 조금씩 다른데, 동성혼의 경우를 포함하여 앞서 본 세제상의 차이점들을 혼인의 형태 및 과세상 차이여부에 따라 분류하면 아래 표와 같다. 정리하면, 사실혼이 법률혼보다 불리한 부분들은 동성혼 역시 동일하게 불리한 경우가 많고, 동성혼의 경우 사실혼과 달리 혼인관계를 제도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세법적으로 사실혼보다 불리하거나 유리한 경우가 일부 생기는 것으로 이해된다. 

    [표 = 차이]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2001년 네덜란드가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이후 미국(2015), 독일, 호주(2017), 최근에는 아시아권 국가 처음으로 대만(2019)까지 총 29개 국가가 동성혼을 합법화했다고 한다(2019. 9. 기준). 
 

동성혼 부부에 대한 과세상 차별취급과 관련하여 해외에서 분쟁화된 사례로는 미국의 United States v. Windsor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안에서는 뉴욕의 동성혼 부부인 스파이어(Spyer)가 동성 배우자인 윈저(Windsor)에게 상속재산을 남겼고, 윈저가 상속세를 납부한 뒤 배우자로서 연방상속세의 환급을 요구했으나 윈저가 동성동반자(same-sex partner)로서 결혼보호법(Federal Defense of Marriage Act)상의 배우자가 아님을 근거로 국세청(IRS)이 이를 거부한 사안에서, 연방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수정헌법 제5조(평등권)를 위반하여 동성혼 부부를 이성부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므로 상속세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본 판결이 있다. 
 

또한, 독일의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이성부부에게는 광범위한 상속, 증여세 감면혜택을 주면서 생활동반자(동성혼 부부)에게 별다른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생활동반자에게 이성부부와 동일하게 소득 합산 후 분할과세 혜택(Ehegattensplitting;부부간 소득격차가 큰 경우 적용세율을 낮출 수 있어 유리)을 주지 않을 근거가 없으므로 동성혼 부부들에게도 동일한 세제상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들도 관찰된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과 헌법재판소 사이트를 검색해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동성혼 부부들이 과세관청을 상대로 동성혼 배우자로서의 세제 혜택을 주장하며 불복을 제기하거나 관련 세법 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까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기는 하지만, 동성혼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구한 2021구합55456 판결 사안처럼 동성혼을 제도권에 포섭시키려는 다양한 움직임들과 함께, 앞으로는 위 미국이나 독일처럼 동성혼에도 법률혼, 적어도 사실혼과는 동일한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장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점차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성혼의 제도권 편입에 관한 입법 및 해석론과는 별개로, 과세관청이 법률혼, 사실혼을 전제하지 않고도(즉, 현행 혼인법 질서를 저해하지 않고도) 동성혼 부부들에게 과세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 예컨대 상증세법 기본통칙 4-07에 따라 이혼 [등]에 따라 정신적 또는 재산상 손해배상의 대가로 받는 위자료로서 실제 조세포탈 목적 없이 동성혼 부부가 관계를 정리하며 위자료를 지급할 경우에는 현행법상으로도 증여세나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되고, 다른 경우에도 헌법적 관점이나 개별 법령의 해석 차원에서 쟁점화될 수 있는 부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혼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심도깊은 논의와 함께 세제 측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미리 이뤄지기를 바라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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