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작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8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2만2169건의 상담 중 항공권·숙박 구매 관련 피해가 39.1%나 되었고, 대부분 '취소·환급·교환 지연 및 거부'와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불만' 등에 관한 불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취소나 변경이 넉넉한 클래스의 항공권은 할인항공권의 곱절 이상의 가격이기 때문에, 보통의 소비자들은 취소나 변경이 어렵고, 그 위약금과 수수료가 부당히 과도하게 설정된 클래스의 티켓을 결제하는 실정이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이러한 부당한 관행에 맞서서 끝내 승소한 보기드문 판례이다.
2. 사건의 개요
2017. 8. 9. 권씨와 고씨는 웹투어 사이트에서 인천을 출발하여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는 아시아나항공 601편의 항공권 2매를 대기예약하였다. 웹투어는 다음날인 2017. 8. 10. 항공권의 좌석이 확보되어 대기상태가 해소되었고, 2017. 8. 11. 16:00까지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됨을 안내하였다. 이에 권씨와 고씨는 2017. 8. 10. 항공권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였고, 개인당 1,172,200원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항공요금으로, 10,000원은 웹투어에 대한 발권대행수수료 명목으로 결제하였다. 결제 후 곧바로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항공권의 대금을 결제한 2017. 8. 10.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8. 17. 권씨와 고씨는 웹투어 사이트 내 1:1 상담코너를 통하여 항공권 구입취소의 의사를 밝히고 예약페이지 내에 있는 ‘취소 및 환불 요청’버튼을 클릭하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2017. 8. 31. 항공권 대금 중 위약금 20만 원을 각 제외한 금원을 환불하였고, 웹투어는 발권대행수수료를 환급하지 아니하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요금규정에는 취소일로부터 출발일까지의 기간에 따라 그 위약금이 차등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출발일 91일 이전에는 무료, 90일 내지 61일 전에는 11만 원, 41일 내지 21일 전에는 20만 원, 20일 내지 11일 전에는 28만 원, 출발일 10일 이후에는 36만 원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2항 및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근거하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행정규칙 형식으로 고시하고 있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여객사정으로 항공권 유효기간 만료 전 (또는 약관에서 별도로 정한 기간 이내) 환급 요구 시 항공권 구입금액에서 취소수수료를 공제한 차액을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취소시한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경우 위약금을 공제함”이라고 하여, 위약금이나 수수료 자체가 당연히 공제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3. 항공권 구매와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오늘날 항공권은 항공사 공식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스카이스캐너, 카약 또는 네이버항공권 같은 중계사이트를 통하여 가격비교를 한 후, 여행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웹사이트 항공권의 가격과 내용(비행 일시 및 노선, 좌석 종류, 탑승 등에 관한 정보), 항공권 구매에 관한 계약 내용(대금 결제방법, 향후 여정 변경, 환불시 수수료 등)이 모두 나와 있고, 예약 및 대금의 결제가 모두 위 웹사이트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웹사이트 상에서의 항공권 판매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전자상거래라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면 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제17조), 이 경우 통신판매업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그 대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며(제18조 제2항), 공급받은 재화 등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 외에 청약철회 등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제18조 제9항). 이를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제35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의 방식으로 항공권을 구입하였고, 이후 이를 취소하려는 경우에 ① 약관에 따르면 예정된 위약금 내지 수수료가 당연히 공제되어 일부의 대금만 반환하도록 되어있음에도, ② 그러한 약정(약관) 자체가 소비자에게 보장된 전자상거래법상의 권리를 부당히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항공권을 싸게 산 만큼 그러한 권익제한의 약관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약관이라도 “법률이 보장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소비자의 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사건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소7387480)에서는 ①에 따라 원고가 패소하였으나,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29442)에서는 ②에 따라 원고가 승소하였다.
4. 이 사건 판례의 태도(2018나29442)
(1) 청야철회로 인한 대금반환 책임의 주체
재판에서 공동피고가 되었던 웹투어(여행사)와 아시아나항공(항공사)은 서로 이 사건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반환의무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인 항공권이 표상하는 항공여객운송용역을 제공하는 자(아시아나항공)와 항공권 판매행위를 하는 자(웹투어)가 다르므로, 원고들이 항공권구매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판례는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그 여정변경이나 환불 등은 모두 여행사를 통하도록 되어 있고 항공사에 직접 연락하면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행사에서 고객을 모집하여 발권을 의뢰하는 경우 항공사에서 계약 체결을 거부하며 발권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는 점, 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로서는 통상 발권 후 계약 변경이나 취소를 애초에 전자상거래를 한 웹사이트에서 하려고 하며, 이것이 소비자 보호와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도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항공권구매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웹투어이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은 피고 웹투어와의 계약에 따라 피고 웹투어가 판매하여 발권된 항공권을 소지하는 고객에게 그에 따른 용역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 항공권 구매대금 중 항공권대금 부분은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 앞으로, 발권대행수수료는 피고 웹투어 앞으로 결제되었지만, 그 명목을 불문하고 그 합계액이 항공권구매계약의 대금이라고 보아야 하며, 피고 웹투어가 편의상 그 대금 중 일부를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이 지급받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따라서 “원고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피고 웹투어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그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은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피고 웹투어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원고들이 청약 철회 기간 내 청약 철회를 하였는지 여부
재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원고들이 대기예약을 한 2017. 8. 9.부터 7일의 청약철회기간이 기
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원고들이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전자항공권을 발행받은 것은 2017. 8. 10.인데, 그 때 원고들과 피고 X투어 사이에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을 때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았거나 제17조 제1항 단서의 재화등의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때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7.에 피고 X투어의 웹사이트에 청약철회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을 준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3) 환불위약금 규정의 무효 여부
재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는바, 개별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살펴본 다음 약정의 효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고,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에 동의하였고 이를 조건으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였으므로 이것이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에서 환불위약금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예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편면적 강행법규’임을 규정한 것이지, 이것이 피고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처럼 개개 사안마다 실질적 유, 불리를 따져보라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들은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인 2017. 8. 17.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 때는 출발일인 2017. 9. 25.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 원고들의 청약철회권은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할인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청약철회권 자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다 고지받고 항공권을 구매하였다는 점은 청약철회권을 제한한 사정이 되지않는 점, 청약철회 시점과 출발일이 근접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3호에 해당하여 청약철회가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의 경우 출발일 40일 이전에 청약철회를 한 경우로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본 사정 만으로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 규정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사정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 등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무효라고 볼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위약금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법률에 반하는 위약금 규정이 유효해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5. 결론
위와 같은 판례의 취지는 적어도 전사상거래법상의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권리는 강행규정으로서 보호되는 것이고, 이와 달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것이 당사자의 합의(계약=약관)에 기초한 것이라도 무효가 된다고 보았다. 항공소비자 내지 여행소비자에게는 반가운 판례일 수 밖에 없다.
위 판례는 전자상거래에 관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와 관련하여 방문판매(통신판매)의 경우나 할부거래 등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거래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방문판매법 제10조 제1항, 할부거래법 제8조 제1항).
위 판례를 통하여 우리가 참고해야 할 꿀팁(행동수칙)은 바로 다음과 같다.
① 항공권을 사야할 경우 인터넷(전자상거래)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고, 오프라인으로 사야하는 경우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할부거래로 구입한다.
② 이러한 소비자보호를 위한 한국법이 외국기업과의 국제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기는 하나(국제사법 제27조), 분쟁을 용이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한국기업이나 한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곳에서 구입한다.
③ 방문판매의 경우 10일 이내의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기는 하나, 전자상거래나 할부거래의 경우 7일 이내의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되도록 구입일(결제일)로부터 7일 내에 취소를 하도록 한다.
④ 다만, 출발일에 임박하여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에는 취소시 재판매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출발일로부터 40일 이전에 취소한 이 사건 판례의 취지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인식한다.
작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8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2만2169건의 상담 중 항공권·숙박 구매 관련 피해가 39.1%나 되었고, 대부분 '취소·환급·교환 지연 및 거부'와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불만' 등에 관한 불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취소나 변경이 넉넉한 클래스의 항공권은 할인항공권의 곱절 이상의 가격이기 때문에, 보통의 소비자들은 취소나 변경이 어렵고, 그 위약금과 수수료가 부당히 과도하게 설정된 클래스의 티켓을 결제하는 실정이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이러한 부당한 관행에 맞서서 끝내 승소한 보기드문 판례이다.
2. 사건의 개요
2017. 8. 9. 권씨와 고씨는 웹투어 사이트에서 인천을 출발하여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는 아시아나항공 601편의 항공권 2매를 대기예약하였다. 웹투어는 다음날인 2017. 8. 10. 항공권의 좌석이 확보되어 대기상태가 해소되었고, 2017. 8. 11. 16:00까지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됨을 안내하였다. 이에 권씨와 고씨는 2017. 8. 10. 항공권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였고, 개인당 1,172,200원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항공요금으로, 10,000원은 웹투어에 대한 발권대행수수료 명목으로 결제하였다. 결제 후 곧바로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항공권의 대금을 결제한 2017. 8. 10.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8. 17. 권씨와 고씨는 웹투어 사이트 내 1:1 상담코너를 통하여 항공권 구입취소의 의사를 밝히고 예약페이지 내에 있는 ‘취소 및 환불 요청’버튼을 클릭하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2017. 8. 31. 항공권 대금 중 위약금 20만 원을 각 제외한 금원을 환불하였고, 웹투어는 발권대행수수료를 환급하지 아니하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요금규정에는 취소일로부터 출발일까지의 기간에 따라 그 위약금이 차등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출발일 91일 이전에는 무료, 90일 내지 61일 전에는 11만 원, 41일 내지 21일 전에는 20만 원, 20일 내지 11일 전에는 28만 원, 출발일 10일 이후에는 36만 원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2항 및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근거하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행정규칙 형식으로 고시하고 있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여객사정으로 항공권 유효기간 만료 전 (또는 약관에서 별도로 정한 기간 이내) 환급 요구 시 항공권 구입금액에서 취소수수료를 공제한 차액을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취소시한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경우 위약금을 공제함”이라고 하여, 위약금이나 수수료 자체가 당연히 공제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3. 항공권 구매와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오늘날 항공권은 항공사 공식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스카이스캐너, 카약 또는 네이버항공권 같은 중계사이트를 통하여 가격비교를 한 후, 여행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웹사이트 항공권의 가격과 내용(비행 일시 및 노선, 좌석 종류, 탑승 등에 관한 정보), 항공권 구매에 관한 계약 내용(대금 결제방법, 향후 여정 변경, 환불시 수수료 등)이 모두 나와 있고, 예약 및 대금의 결제가 모두 위 웹사이트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웹사이트 상에서의 항공권 판매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전자상거래라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면 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제17조), 이 경우 통신판매업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그 대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며(제18조 제2항), 공급받은 재화 등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 외에 청약철회 등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제18조 제9항). 이를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제35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의 방식으로 항공권을 구입하였고, 이후 이를 취소하려는 경우에 ① 약관에 따르면 예정된 위약금 내지 수수료가 당연히 공제되어 일부의 대금만 반환하도록 되어있음에도, ② 그러한 약정(약관) 자체가 소비자에게 보장된 전자상거래법상의 권리를 부당히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항공권을 싸게 산 만큼 그러한 권익제한의 약관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약관이라도 “법률이 보장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소비자의 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사건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소7387480)에서는 ①에 따라 원고가 패소하였으나,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29442)에서는 ②에 따라 원고가 승소하였다.
4. 이 사건 판례의 태도(2018나29442)
(1) 청야철회로 인한 대금반환 책임의 주체
재판에서 공동피고가 되었던 웹투어(여행사)와 아시아나항공(항공사)은 서로 이 사건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반환의무자가 아니라고 다투었다.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인 항공권이 표상하는 항공여객운송용역을 제공하는 자(아시아나항공)와 항공권 판매행위를 하는 자(웹투어)가 다르므로, 원고들이 항공권구매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판례는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그 여정변경이나 환불 등은 모두 여행사를 통하도록 되어 있고 항공사에 직접 연락하면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행사에서 고객을 모집하여 발권을 의뢰하는 경우 항공사에서 계약 체결을 거부하며 발권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는 점, 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로서는 통상 발권 후 계약 변경이나 취소를 애초에 전자상거래를 한 웹사이트에서 하려고 하며, 이것이 소비자 보호와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도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항공권구매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웹투어이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은 피고 웹투어와의 계약에 따라 피고 웹투어가 판매하여 발권된 항공권을 소지하는 고객에게 그에 따른 용역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 항공권 구매대금 중 항공권대금 부분은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 앞으로, 발권대행수수료는 피고 웹투어 앞으로 결제되었지만, 그 명목을 불문하고 그 합계액이 항공권구매계약의 대금이라고 보아야 하며, 피고 웹투어가 편의상 그 대금 중 일부를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이 지급받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따라서 “원고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피고 웹투어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그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은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피고 웹투어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원고들이 청약 철회 기간 내 청약 철회를 하였는지 여부
재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원고들이 대기예약을 한 2017. 8. 9.부터 7일의 청약철회기간이 기
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원고들이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전자항공권을 발행받은 것은 2017. 8. 10.인데, 그 때 원고들과 피고 X투어 사이에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을 때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았거나 제17조 제1항 단서의 재화등의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때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7.에 피고 X투어의 웹사이트에 청약철회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을 준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3) 환불위약금 규정의 무효 여부
재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는바, 개별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살펴본 다음 약정의 효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고,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에 동의하였고 이를 조건으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였으므로 이것이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에서 환불위약금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예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편면적 강행법규’임을 규정한 것이지, 이것이 피고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처럼 개개 사안마다 실질적 유, 불리를 따져보라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들은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인 2017. 8. 17.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 때는 출발일인 2017. 9. 25.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 원고들의 청약철회권은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할인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청약철회권 자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다 고지받고 항공권을 구매하였다는 점은 청약철회권을 제한한 사정이 되지않는 점, 청약철회 시점과 출발일이 근접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3호에 해당하여 청약철회가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의 경우 출발일 40일 이전에 청약철회를 한 경우로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본 사정 만으로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 규정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사정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 등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무효라고 볼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위약금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법률에 반하는 위약금 규정이 유효해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5. 결론
위와 같은 판례의 취지는 적어도 전사상거래법상의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권리는 강행규정으로서 보호되는 것이고, 이와 달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것이 당사자의 합의(계약=약관)에 기초한 것이라도 무효가 된다고 보았다. 항공소비자 내지 여행소비자에게는 반가운 판례일 수 밖에 없다.
위 판례는 전자상거래에 관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와 관련하여 방문판매(통신판매)의 경우나 할부거래 등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거래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방문판매법 제10조 제1항, 할부거래법 제8조 제1항).
위 판례를 통하여 우리가 참고해야 할 꿀팁(행동수칙)은 바로 다음과 같다.
① 항공권을 사야할 경우 인터넷(전자상거래)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고, 오프라인으로 사야하는 경우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할부거래로 구입한다.
② 이러한 소비자보호를 위한 한국법이 외국기업과의 국제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기는 하나(국제사법 제27조), 분쟁을 용이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한국기업이나 한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곳에서 구입한다.
③ 방문판매의 경우 10일 이내의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기는 하나, 전자상거래나 할부거래의 경우 7일 이내의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되도록 구입일(결제일)로부터 7일 내에 취소를 하도록 한다.
④ 다만, 출발일에 임박하여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에는 취소시 재판매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출발일로부터 40일 이전에 취소한 이 사건 판례의 취지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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