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검찰 조국수사, 정말 문제있는지 따져보니

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19-09-30 18:42 수정 2019-10-01 07:40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법무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검찰 개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하여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에게 직접 검찰 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지난 28일 주말에는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 많은 인파가 모여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를 비난하고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 지적대로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 문화에 개선할 것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수십년 쌓이고 쌓인 문제다.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문제인 만큼 하루 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시간을 갖고 차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정권과 그 지지세력은 마치 윤석열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 때 모든 문제가 갑자기 생긴 듯, 또는 현재의 수사 방식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잘못된 듯 검찰을 몰아부치고 있다. 이들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내용들이 과연 진짜 문제인지, 그것도 당장 검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문제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압수수색 사전 보고 안했다?···보고해야 할 규정 없어

첫째, 압수수색 영장 청구 때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보자.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검찰청법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지휘가 가능하려면 사전 보고가 전제돼야 한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장관 주장은 근거가 없다. 검찰의 보고 업무를 정한 ‘검찰보고사무규칙’ 제4조엔 검찰이 주요 사건에 대해 장관에게 보고해야 할 종류를 네 가지로 정해 놓았다. 발생 보고, 수리 보고, 처분 보고, 재판 결과 보고다. 발생 보고란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다. 수리 보고란 검찰이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알아냈다든지, 고소, 고발장을 접수했다든지 하는 보고를 말한다. 수리 보고를 하는 경우엔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처분 보고란 구속기소, 불구속 기소, 약식 기소(벌금형), 기소유예 등 검찰이 수사 뒤 내린 결정을 보고하는 것이다. 재판 결과 보고는 유죄일 경우 형량, 무죄일 경우 무죄 이유 등을 보고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보고 어디에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 같은 구체적인 수사 행위를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검찰이 박 장관에게 조국 장관 가족 사건 발생 보고나 수리 보고는 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 가족을 고발한 사건만 10여건이나 되니 당연히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보고 의무는 지킨 것이다. 박 장관 말대로 조국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생각이 있었다면 검찰로부터 발생 보고나 수리 보고를 받았을 때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마다 장관에게 보고한다면 장관이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못하게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 장관에게 중요 사건을 보고하도록 한 검찰보고사무규칙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12월 제정됐다.  전두환 정권이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 개혁을 외치는 현 정권의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2018년 3월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현행 법과 규칙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피의사실 공표?···언론 보도 나면 무조건 검찰 유출인가

둘째, 피의사실 공표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처음 꺼낸 것은 지난 8월 27일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 일역(一役) 담당'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검찰이 흘렸는지 아니면 취재한 기자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갖고 기사를 작성했는지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그러나 이 문건을 검찰이 흘렸다고 단정하거나 의심할 증거는 없다. 검찰은 이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검찰 해명이 아니더라도, 언론에 보도됐다고 덮어놓고 검찰이 흘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기자들은 검찰 관계자만 취재하는 게 아니다. 사건 관련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하고, 제보도 많이 받는다. 이 문건만 하더라도 기자가 어디에선가 제보받아 보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은 그 뒤로도 조 장관 가족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한다고 주장했다. 취재, 보도라는 언론의 기본 역할에는 눈을 감고 ‘언로 보도=피의사실 공표’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검찰을 공격한다.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는다면 민주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했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자극적 내용, 심지어 여성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피의사실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며 당시 여당을 압박했다.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기 문란’이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의 본질은 문건 유출이 아니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국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 사실이 드러나자 장관의 수사 외압은 무시한 채 “야당과 검사의 내통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법무부의 ‘수사 사건 공보 준칙’ 제3조①항에는 ‘공익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사 내용을 공표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직 장관인 조국 장관 및 그 가족과 관련된 혐의 내용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일로서 그 내용을 공표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기본 원칙도 무시한 채, 그리고 과거 민주당이 했던 일도 잊은 채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으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대대적 압수수색?···사법 농단 땐 더 했는데도 대통령이 독려까지

셋째,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무차별적인 수사라는 주장이다. 집권세력과  지지세력은 검찰이 조 장관 일가족이 관련된 기관, 단체, 학교 등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고, 조 장관 아들과 딸, 동생, 동생의 전 아내, 증권사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한 것을 두고 과잉 수사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사법 농단’ 사건 때 어떠했는가. 검찰은 대규모 수사단을 꾸려 법원행정처까지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법관 100여 명을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마침내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하고 전 대법관 2명을 불구속하는 등 전·현직 법관 총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법관 수십 명을 징계하라고 법원에 통보했다. 그때 민주당이나 그 지지세력은 과잉 수사라고 비난하기는 커녕 대통령이 앞서서 철저한 수사를 독려했다.

한달째 장기 수사?···사법 농단 수사는 8개월이나

넷째, 한 달째 장기간 수사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고, 또 압수수색을 하고도 현재까지 조 장관이나 가족의 특별한 범죄 혐의를 찾아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법 농단 사건 때 무려 8개월이나 수사했다. 법원의 정당한 사법행정으로 볼 수 있는 일까지 ‘직권 남용죄’라는 이름을 붙여 기소했다. 과잉 수사, 별건 수사, 포괄 수사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검찰은 끝까지 밀어부쳐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조 장관 수사가 과연 이렇게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나.  또한 조 장관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혐의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혐의도 없는 것처럼 주장할 일은 아니다.

수사단 규모, 압수수색 범위와 대상, 수사 기간은 사건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관련된 사람과 단체나 기관이 많고, 의혹을 받는 혐의가 복잡하고 다양하면 그만큼 수사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 일가족 사건이 그런 경우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유례 없는 대규모 압수수색’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여성 두 분 있는데 남성 여러명이 인권침해?···사실 관계부터 틀려

다섯째, 조 장관 가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낙연 총리는 “여성만 두 분 있는 집에 남성 여러 명이 11시간이나 수색하는 것은 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조 장관 집에는 아내 정경심씨, 아들과 딸, 변호인 3명 등 조 장관 측 6명이 있었고, 수사관도 6명이 있었다. 사실 관계도 틀렸지만, 검찰의 정당한 공무 집행을 ‘여성과 남성’이라는 시각에서 보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11시간이라는 것도 정씨가 변호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도착한 변호인이 압수수색 범위와 대상에 이의를 제기해 영장을 두 번이나 다시 받느라고 그런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필요하지도 않는데 일부러 시간을 끈 게 아니다. 검찰은 조 장관 아들, 딸은 비공개 소환하는 등 배려했다.

◆'검찰 개혁'을 조국 수사 물타기용으로 악용

이처럼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 방식을 특별히 문제삼을 만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정권 지지세력이 하필 조 장관을 수사하는 이때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나오니 누가 그 순수성을 납득할까. 말이 검찰 개혁이지 사실은 조국 장관 수사를 ‘적당히’ ‘살살’하라는 압박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조국 수사 물타기용으로 악용하는 것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검찰 개혁을 그렇게 악용할수록 검찰 개혁이라는 외침의 설득력도 떨어질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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