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큰무당’ 김금화 별세…영화 ‘만신’ 실제 모델

조현미 기자 입력 2019-02-24 00:00 수정 2019-02-24 00:00
  • 17살에 외할머니에게 내림굿…배연신굿·대동굿 보유자

큰무당 김금화 별세 소식이 23일 전해졌다.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인 김금화 선생은 이날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영화 ‘만신’ 주인공으로, 전 세계에 우리 전통문화를 알렸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인 큰무당 김금화 선생이 23일 오전 5시 57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김금화 선생은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둘째 딸로 태어났다. 12세 때 무병(巫病)을 앓다가 17세에 외할머니인 만신(萬神·여자무당)인 김천일씨에게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됐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무속인 방수덕씨와 인천과 경기도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1965년 서울로 활동지를 옮겼다. 1972년 전국민속경연대회서 ‘해주장군굿놀이’로 개인연기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김금화 선생은 날카로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며 어장의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풍어제’로 특히 유명했다.

새마을운동으로 굿이 미신으로 인식되면서 무당과 굿이 멸시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녹스빌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린 친선공연에서 ‘철무리굿’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5년에는 황해도 해주·옹진·연평도에서 이뤄지던 굿인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로 인정됐다. 두 굿 모두 무형문화재로 배연신굿은 선주의 개인 뱃굿, 대동굿은 마을 공동제사다. 인정 이후 백두산 천지와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대동굿과 진혼굿 등을 공연하며 서구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공헌했다.

김금화 선생은 사도세자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진혼제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 등도 지냈다.
 

큰무당 김금화 별세 소식이 23일 전해졌다.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인 김금화 선생은 이날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사진은 김금화 선생(오른쪽)과 영화 ‘만신’ 박찬경 감독. [아주경제 DB]


2005년에는 인천 강화도에 무속시설 ‘금화당’을 개설해 후진 양성과 무속문화 전수에 힘썼다. 고인의 조카 김혜경씨도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을 이수받았다.

김금화 선생의 일생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비단꽃길’과 2014년 공개된 영화 ‘만신’이 김금화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다. 박찬경 감독이 만든 만신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조황훈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5일 오전 6시 40분,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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