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황교안, 전·현직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범진보 진영에서는 이 총리가 독주하고 있고, 범보수 진영에서는 황 전 총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 지난 6일 발표한 월간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10월 29일~11월 2일 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총리는 범여권·무당층 대상 조사에서 18.9%로 이재명 경기지사(11.3%), 박원순 서울시장(10.5%), 김경수 경남지사(10.3%) 등을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고 있다.
이 총리는 응답자 전체에서도 16.0%로 이 지사(9.5%),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8.8%), 박 시장(8.6%) 등을 한참 앞서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무당층 등 보수야권·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8.0%로 나타났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12.9%), 오세훈 전 서울시장(10.3%)보다 상당히 앞선 수치다. 주로 한국당 지지층에서 황 전 총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확장성의 한계도 명확하다.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14.8%로 유 전 대표(14.7%)와 오차범위 내에 있다. 오 전 시장이 7.7%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천지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 지난 5~6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총리는 범여권 진영에서 21%를 얻었고, 황 전 총리는 범보수 진영에서 17.9%를 얻었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고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일종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범진보 진영에서는 특유의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 이 총리를 선호하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이에 각을 세울 수 있는 인물로 황 전 총리를 보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달 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나서 ‘이낙연 대망론’을 언급한 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어리둥절하다”며 “왜 이렇게 빨리 이런 조사를 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다음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총리로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고, 대통령이 하는 일을 보필해야 할 처지에 자기 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7일 자신의 수필집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에서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말씀을 잘 듣고 있다”고만 했다. 한국당 입당 여부에도 즉답을 피했다.
조심스러운 태도와는 별개로 두 사람의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총리의 경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을 천거, 영향력을 입증했다.
또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일 청구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 총리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했다. 내치를 책임지는 총리가 특정 국가를 겨냥해 이런 입장문을 내놓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황 전 총리는 최근 청년들과의 접촉면을 늘려나가고 있다. 또 내년 2~3월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의 당권주자 물망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 전 총리의 입당을 권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 전 총리가 전대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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