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은산분리 규제 완화 본격화…일부에선 “즉각 중지해야” 비판

장은영 기자 입력 2018-08-07 18:00 수정 2018-08-07 18:00
  • 문 대통령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 해야"

  • 추혜선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되면 안 돼"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주최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금융 혁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을 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필요한 보완책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은산분리는 산업 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전체의 4%(지방은행은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게 제한하는 제도다. 거대 기업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업계에서 은산분리 제도 탓에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가 어렵다는 점을 호소해왔다.

민주당에서도 정부의 경제 정책인 혁신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활성화 시키고, 고용 증대 등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개 교섭단체가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 통과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주최했다. 추 의원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를 통해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똑똑히 봤다”며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가 될 경우, 그 피해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없을 경우의 위험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는 금융·산업 복합 제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며 “금융계열사가 수탁자의 이익이 아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수탁자를 속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계열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로 부실이 이전되고, 그룹 내로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룹 내 은행이 있었다면 부실의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금융위기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여당이 사후적 규제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사후적 행위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5년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계열사 지원 목적의 CP 취득 금지 규제가 도입됐으나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벌기업은 경쟁력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힘을 이용해 은행 산업에 진출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며 “오히려 은행 산업의 경쟁과 기술력을 무너뜨리는 가장 불공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카카오뱅크는 약 6.8조원의 대출 잔액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는 약 1.3조원”이라며 “카카오뱅크는 가계신용 대출 부문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반면 케이뱅크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은행의 자본 확충은 상장을 통해서 하는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인터넷 전문은행 성공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정부가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이유로 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경제 이론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 블록체인 기술과 은산분리 완화는 무관하다”며 “기존 은행의 IT 투자 촉진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 자본은 ‘규제는 준수하는 게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라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기업에서는 불편하면 로비를 통해 규제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힘은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 시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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