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준 “국민 개세주의 원칙…패자 보듬는 ‘어머니형’ 정부 필요”

김봉철·손인해 기자 입력 2018-07-29 18:00 수정 2018-07-30 14:24
  • 국가·시장·공동체 ‘세바퀴론’ 강조

  • “보유세 매기고, 거래과세 낮춰야”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정책으로 유동성 자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조세 방향과 관련해 “앞으로 ‘국민 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로 가서 세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잘못하다가는 표가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겁나 한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열이면 열, 국민 개세주의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야 말로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하고, 협치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사실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내리고 있는 추세라 올릴 수가 없다”면서 “상속세도 세계 주요 국가 거의 반 이상이 상속세 폐지했고, 세금 내고 벌어서 모은 돈을 다시 조세하니까 상속세는 이중과세 문제가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가지 조세를 내리거나, 없앤다면 국민감정은 좋지 않겠지만, 꼭 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인세와 상속세의 빈자리를 국민 개세주의 원칙으로 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 개세주의 원칙은 소득세 증세로 대표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유동성 자금의 흐름부터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쏠리지 못하도록 종합부동산세, 각종 대출규제 등으로 ‘둑’만 쌓지 말고, 산업정책으로 자금의 흐름을 바꿔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유세 도입 문제와 관련해선 “다른 나라의 보유과세 구조는 보유과세가 높고 양도 소득세나 취득세 등 거래과세가 낮은데 우리는 정반대”라면서 “보유세를 부과하되, 거래과세를 낮춰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세계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 성장’을 현 정부가 받아들이다 보니 우리 현실과 맞을 리가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가 자신만의 성장 이론이 없다는 것”이라며 “인류 역사에서 성장하지 않는 경제 속에서 춥고 배고픈 사람이 잘살게 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가 포용적 성장을 자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따뜻한 성장, 동반성장 등 다 있던 내용들”이라며 “문제는 ‘실천 의지와 실천할 구조가 갖춰져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비대위원장은 “현 정부는 시장이 규제에 묶여 있고 국가는 대중영합주의 속에 일부 국민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복지에만 집중하면서 재정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나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둘 다 허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영업자를 최소 15% 밑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자영업자를 줄이는 정책은 아무것도 없이 최저임금 정책을 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현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선 결국 산업구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어서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잘못된 산업구조를 고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합의를 봐야할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일자리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담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전략을 △경제력 집중 △지배구조 △공정거래 문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김 비대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삼성 등 일부 대기업으로 쏠리는 경제력 집중 문제나 지배구조 문제까지 정부가 깊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국가, 자율, 공동체 등 이른바 ‘세바퀴론’이 신자유주의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의 보충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론자들의 ‘작은 정부론’보다 나는 좀 더 큰 개념“이라며 “국가의 보충적 역할도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를 ‘어머니형 정부’라고 표현했다. 그는 “박정희식 국가주도주의 모델이 가부장적인 가족제에서 ‘아버지형 정부’라면, 이제는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정부가 보듬고 안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원장은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와 관련, “흔히 말하는 근대화, 경제 발전보다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막은 것”이라며 “만약 그 당시에 난민국가처럼 외국인 자본을 유치했으면 우리나라는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하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엄청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과(過)’로 평가한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를 막아 ‘경제주권’을 지킨 점을 ‘공(功)’으로 평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내 정체성을 한군데로 묶어서 답하라면 못한다”며 자신을 보수와 진보, 양극단으로 분류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보수가 박정희식 국가주의 보수와 신자유주의론자로, 진보는 문재인식 국가주의적 진보와 박원순식 공동체주의적 진보로 나눠져 있다”면서 “그만큼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러운 시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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