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막 집단소송제 확대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오래전부터 소비자의 주요한 권익 활동으로 이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집단소송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금융소비 시장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제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은 현지색을 강화한 맞춤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 기업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익숙한 미국에서 기존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상원이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가능하게 하는 미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규정을 무산시킬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상원 전체회의는 강제 중재 조항을 유지하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금융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백악관을 대표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한 표 차로 반대측 50표를 가까스로 제쳤다.
강제 중재란 소비자가 금융기관과 분쟁할 때 반드시 제3자인 중재인을 통해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항은 소비자가 기업의 불법적이고 공익에 반하는 관행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삭제하고, 해로운 기업 관행에 대한 법원 판단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처드 코드래이 CFPB 국장은 상원 표결이 끝난 뒤 곧바로 성명을 내고 “오늘 밤 표결은 이 나라의 모든 소비자에 대한 거대한 퇴보“라면서 “월스트리트는 승리했고 일반 국민은 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수많은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데 힘을 쏟아왔다. 이에 반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코드레이 국장이 이끄는 CFPB는 금융규제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결국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는 갈등을 빚어오던 코드레이 국장을 해임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였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한 단계 나아가는 집단소송제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계약’을 제안했다.
이 계약의 주요 내용은 EU 소비자들이 불법적인 기업 활동으로 피해를 보면 소비자단체 같은 자격을 갖춘 기구를 통해 보상이나 교환, 수리 등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집행위에 따르면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주도한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디젤 게이트’ 같은 사례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한 대표소송을 통해 집단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단 미국의 집단소송제와 달리 로펌에는 대표소송에 나설 권한을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소비자단체나 비영리단체 등에 이를 허용할 방침이다.
베라 요우로바 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폭스바겐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 국민은 신속한 보상을 받았지만 유럽인은 아무런 보상도 약속할 수 없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이번 제안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은 집단소송제 관련 정책에서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 권익보다 자국 기업 보호에 최우선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단시간 내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 공공경제 연구단체 관계자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캐나다 및 다른 유럽국가 정상들 간에 벌어진 갈등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그중에서도 기업 제일주의를 잘 보여준다”면서 “갈등 원인을 무역에서 집단소송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소비자로 각각 바꾸어도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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