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대형로펌 공익재단이 13년 동안 원양어선 선원 A씨(지적장애 3급)의 월급 등 5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노래방 여사장 B씨에 대해 징역형을 받아냈다. 변호사 구할 돈도 부족한 법률 약자를 무료로 변론해 억울함을 풀어준 것으로, 뜯어간 돈도 민사소송을 통해 받아낼 방침이다.
법무법인(유한)화우(대표변호사 이명수)와 화우공익재단(이사장 이인복)은 A씨를 대리해 가해자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26일 밝혔다.
2005년 A씨가 노래방에 놀러 간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노래방 주인 B는 A에게 “죽은 막내동생 같으니 의붓 동생 해달라”며 “목돈을 마련해줄테니 급여 등이 입금되는 계좌의 통장과 인감도장, 신분증 등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A는 통장과 도장 등을 넘겼다.
노래방 B는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곧바로 찾아버렸다. ‘수표나 현금을 인출해 장롱에 보관하며 A를 위해 이곳저곳에 썼다’는 게 B의 주장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B는 차명 주식 계좌를 사용, 투자나 자동차 구매, 자녀 유학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저작권 수수료, 전기료 등도 선원 A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B가 가로챈 액수는 13년간 5억5440만원에 달한다.
선원 A씨는 B의 횡령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2018년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화우공익재단을 찾았다. 화우 측은 공익소송으로 A씨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형사 고소 사건의 대리를 맡았다.
화우는 “고소 후 검찰로부터 한 차례 불기소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항고를 제기해 재기 수사 명령을 받은 끝에 결국 B에 대해 기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원심은 “노래방 B의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며, 되레 선원 A씨를 ‘은혜를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가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공탁금 등을 감안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원양어선 선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명 ‘선원털기’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이 월급과 함께 정산금이라는 형식으로 수익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받는다는 점 등을 악용한 ‘항구 특화형 범죄’로 꼽힌다. 대다수 선원이 가족이 없어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점을 아는 상인들이 선원들에게 접근해 주로 술값 등에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한다.
화우 관계자는 “선원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원털기는 현재까지도 부산 항만 일대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수행한 화우공익재단 홍유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한 악질적인 인권 침해 사례”라며 “앞으로 이어질 민사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우는 범죄일람표 등을 정밀 분석해 8억원대의 추가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우공익재단은 2014년 설립돼 무료 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신안 염전에서 노예처럼 생활하다 도망친 C씨를 대리해 체불임금 및 위자료를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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