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막기 위해 대놓고 SM엔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8일 이처럼 결론 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하는 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발단은 국내 대표적인 연예기획사인 SM 내부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창업자인 이수만씨와 SM 이사진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자 하이브는 이수만 측의 우호세력으로, 카카오그룹은 SM엔터 이사진의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흑역사’가 시작된다.
2월7일 SM엔터 이사진은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2171억원을 내면 SM엔터 지분 9.05%를 넘겨 2대 주주로 올려주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신주매수 기회 등 다른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양측은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란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자 이수만씨가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냈다. 또 하이브와 손을 잡고 SM 인수에 나선다. 하이브는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전세는 이수만-하이브 연합전선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런데 갑자기 SM엔터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13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이렇게 되면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 12만원에 주식을 팔겠다고 청약하는 사람이 나올 리 만무하다. 결국 하이브가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문제는 이 무렵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곧바로 “카카오가 주가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충분히 그럴만한,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한쪽에서는 “설마 김범수와 카카오가 그렇게 대놓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감독원 특사경이 뛰어들었다. 카카오를 압수수색하고 김범수 위원장을 소환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결과, ‘김범수 소행’ 정황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김 위원장 등을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남부지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검찰 수사결과, 카카오는 계열사들을 동원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카카오 SM 인수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를 인수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임원들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카카오엔터 자금을 동원해 자사 주식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카카오 창업주인 김 위원장이 2023년 2월 16일~17일, 27일 3일간 363회에 걸쳐 원아시아파트너스 명의로 약 1100억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고 물량을 소진 주문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공모했다고 봤다.
또 같은 달 28일엔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과 공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명의로 190회에 걸쳐 약 13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사들인 점을 파악했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관련 대화가 담긴 카카오워크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한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법원은 앞서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지난달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토록 노골적으로 주가조작을 펼친 김 위원장이다보니, 법원 영장발부 사유에 대기업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도망 우려’가 포함되는 수모까지 겪었다고 재계는 본다.
카카오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아울러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 전 대표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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