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박성재 법무장관(연수원17기), 김주현 민정수석(18기), 정상명 전 검찰총장(7기). 이들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윤석열 정부의 ‘2기 검찰’ 수장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지녔다. 정 전 총장은 현재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23기)이 사법시험 9수 끝에 검사가 돼 처음 발령을 받은 대구지방검찰청 형사부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점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대구지검 인연들이 윤 정부 후반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검찰 인사에 중요한 보직에 포진 중이다. 한 마디로 30년 지기 ‘원조 윤석열 사단’인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나중에 만들어진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견제하고 검찰 기강을 다잡는 핵심 실세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1994년 대구지검 형사2부에 첫 발령을 받았다. 박 장관도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른 직장도 그렇겠지만 특히 검사에게 초임지에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다는 건 동료 그 이상의 의미”라며 “윤 대통령과 박 장관의 친분은 검찰 내에서는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6기수나 위였지만 처음부터 윤 대통령에게 ‘선배’ 대접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비록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검찰 내 주류로 꼽히는 서울법대 출신이고 대학 동기들이 이미 검찰 각 요직에 포진해 있어 다들 그렇게 대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걸걸한 성격도 맞고 말술이기도 해 처음부터 금방 가까워졌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첫 부장이 바로 정상명 전 총장이다. 당시 대검찰청 공안과장으로 잘 나가다 좌천돼 대구지검 형사2부장을 맡고 있었다. 정 전 총장이 윤 대통령을 좋게 봤고, 윤 대통령은 지금도 정상명 전 총장을 ‘멘토’로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윤 대통령 결혼식 주례도 봤다.
정 전 총장은 중간에 대구지검 형사1부로 옮겨갔는데 당시 ‘윤 검사’ 등 형사2부 검사들을 1부 검사 회식 등에 부르는 등 당시 대구지검엔 통합 형사부처럼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김주현 수석도 형사1부 검사여서, 이들은 30년째 돈독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사연이 있다. 박성재 장관이 그 무렵 대구지검에서 ‘사고’를 쳐 당시 정상명 부장의 눈 밖에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전 총장에게 오랜 기간 ‘해명 아닌 해명’을 해줬고 결국 전 전 총장이 박 장관에 대한 노여움을 풀고 나중엔 ‘정상명 사단’에 다시 넣어줬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때 당시 대구고검장이던 박성재가 각별히 보살펴 준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들 ‘대구지검 4인방’은 현재 대통령, 법무장관, 민정수석, 검찰총장추천위원장 등 차기 검찰총장 임명에 관여된 모든 핵심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총장은 윤 대통령에게 확실히 ‘충성’할 수 있으면서도 튀지 않는 인사로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원석 총장도 ‘윤석열 사단’으로 꼽혔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올초부터 틀어지면서 검찰 내부 기류가 미묘해진 게 사실이다. 역시 검사장 출신인 한동훈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서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 장악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이 총장은 올초부터 눈에 띄게 한 대표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두고 대통령실 및 법무부 등과 대립 구도를 연출하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이런 인사 스타일은 결국엔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너무 (검찰에서) 친했던 사람만 쓴다”며 “다양한 인재가 중용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총장추천위는 7일 회의를 열어 3~4명의 총장 후보를 압축해 법무장관에 보고할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심우정(26기) 법무부 차관, 임관혁(26기) 서울고검장, 신자용(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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