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특별지원 보호시설’이란 게 있다. 전국에 4개 뿐인데 이름과 장소도 극비로 다뤄진다. 친족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들(19세 미만)을 위한 시설이다.
여기에서 생활하는 316명은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4곳 중 도심의 1곳을 제외하면 매우 외진 곳에 있어 새벽 5시30분에 첫차를 타고 등교하는 식이다. 버스 배차간격은 2시간에 이른다.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을 빼면 하면 남는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8일 ‘감춰진 피해자들: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런 현실을 추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비공개시설은 입소자의 안전과 보안에 더욱 유의하라는 의미이지 다른 청소년들과 차별을 받아도 마땅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14년간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던 ‘특별지원 보호시설’ 4개소를 전부 현장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과제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은 4개소 12명의 근무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아동을 시설에 연계하는 공무원이 ‘특별지원 보호시설’이 있는지조차 몰랐대요. 그냥 아동학대 센터에 6개월까지 있었던 거예요. 저희가 있는 지역의 공무원도 저희 시설에 대해 모르는데 전국 군은 어떻게 알겠습니까?”(지은진 시설장, A특별지원 보호시설)
“우리가 생긴 이유는 이 아이들이 아동청소년이고 친족(피해자)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만의 문화 속에서 아이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거잖아요. 근데 일반에 가면 사실 어른도 있고 일반 성폭력도 있고 프로그램이 지원되는 거 어렵잖아요. 그러면 애가 적응하기가 힘들고 치료도 더 힘든 거예요. 바로 특별지원에 올 수 있는 시스템이 뭐라도 좀 한 줄이라도 있었으면…”(장경아 상담팀장, B특별지원 보호시설)
외진 곳에 위치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 외에도 이들 시설은 14년 동안 철저히 가려져 있어 시군별 담당 공무원도 존재조차 몰라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는 역설에 빠져 있다. B시설의 한 아이는 돌고 돌아 12번째에 비로소 친족 전담 시설에 온 경우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복지부의 업무 매뉴얼에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피해아동이 기관에 즉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자립지원을 위한 ‘자립수당 지급’(현행은 양육시설 퇴소자에게는 지급하나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자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음) △자립지원전담기관 지원 대상자에 ‘특별지원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포함 △미성년 가해자에 의해 피해입은 아동·청소년 모니터링 제도 운영 △시설입소 후 치료회복 기간을 학교 출석기간으로 인정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 운영비’를 정규 예산으로 편성 △친족성폭력 피해아동·청소년에 대한 원가정복귀 방침 신중 등 9대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허 조사관은 “시설의 고충과 바람들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기회도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다”면서 “보고서의 표제인 ‘감춰진 피해자들’이라는 명명은 친족성폭력 아동·청소년피해자들이 정책 대상자로서 제도적 인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입소 아동·청소년 316명의 피해 연령은 13세 이하가 78.5%를 차지했고 10세 이하가 전체의 36.4%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의 저연령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전체 33.9%인 107명이 ‘경계선, 지적·신체·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적장애 비율이 65.4%로 가장 높았고, 경계선지능인 29.0%, 정신 장애 3.7%, 신체장애 1.9% 순이다.
입소아동·청소년 316명의 가해자는 모두 338명이다. 가해자가 여러 명인 중복피해자가 있다. 가해자 비율은 친부인 경우가 58%로 가장 높았다. 친오빠 14.5%, 부모의 동거남 12.7%, 친인척 6.8%, 동거친족 4.1%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부에 의한 성폭력’이 70.7%를 차지한다.
친모가 혼인 중인 경우는 24.4%로 비교적 낮고, 부모의 이혼, 친모 사망 등으로 친모의 보살핌과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최소 58.2%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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