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회사가 의료인에게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한 사항 이외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회사와 의료인을 형사처벌 하는 소위 보건의료 리베이트 쌍벌제가 국회를 통과한 지 14년이 지났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부패방지와 투명성 요구의 출발점으로 인식되는 소위 김영란법(김 전 위원장님은 당시 우리 공청위원들에게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니 이렇게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보다 5년이나 앞선 일이다. 그만큼 소위 쌍벌제 규정은 우리나라 투명성 요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도 다른 여러 법률이나 법 집행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보건의료 투명성 요구 조항은 그 조항 내용이 투명하지 못하다.
첫째, 의약품공급자는 '판매촉진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되지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경제적 이익'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약사법 제47조제2항).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판매촉진 목적'이란 '의약품 채택에 대한 대가성'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4헌바393 결정).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경제적 이익'에는 '임상시험 지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결합해 위 조항을 다시 읽으면 의약품공급자는 의약품 채택에 대한 대가성으로 의료인에게 임상시험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른다.
둘째, '판매촉진 목적'의 의미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의약품을 공급하는 자가 구입자인 의료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부당한 판매촉진의 목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살펴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판매촉진 목적'을 규정한 것은 경제적 이익의 수수행위 이외에 특별히 의미 있는 가중적 구성요건을 규정했다기보다는 당연히 제공이 금지되는 부당한 이익의 의미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3헌바374 결정). '판매촉진 목적'이라는 핵심적 문구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의약품 채택에 대한 대가성'의 입증을 요구한다"는 견해와 "당연히 제공이 금지되는 부당한 이익의 의미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이로 인한 혼돈은 '판매촉진'의 정의 규정을 두거나 '대가성'으로 바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패방지 입법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보건의료 쌍벌제 조항이 우리 사회의 투명성 요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14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 사이 많은 선례가 축적된 지금, 해당 조항의 구성과 내용 전반을 다시 살펴보고 체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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