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자신이 썼던 리포트를 모아 책으로 발간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예쁜 책 표지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금액을 지불하고 의뢰해야 하지만, A씨는 우연히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AI에 원하는 방향으로 책 표지에 들어갈 그림을 만들어 달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A씨는 AI가 만든 그림으로 책을 발간해도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의문이 생겼다.
최근 챗지피티(ChatGPT)의 영향으로 AI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AI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AI는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주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간단한 형태의 기술뿐만 아니라 원하는 형태의 그림이나 캐릭터를 그려주는 기술까지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AI가 만든 콘텐츠를 두고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유료 버전인 챗지피티4는 DALL-E(달리)를 사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달리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 AI툴이다. 달리는 챗지피티에 내장돼 있어 챗지피티 채팅창에 그림을 그리라고 명령하면 실행할 수 있다.
챗지피티 그림 생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의 디테일이다. 정확한 사진 묘사를 할 수록 AI가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유타주 캐니언저랜드의 메사포인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일출의 모습을 수채화로 그려봐'라고 명령하는 식이다.
AI 그림 생성기를 활용해 일반인들도 누구나 그림책을 만들거나 블로그 등에 삽입할 이미지, 책 표지 등을 만들 수 있다. AI가 그림작가, 디자이너 등이 돼 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같이 AI가 만든 그림을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리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AI 생상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적 기술, 노력의 결과로 만든 고유한 '창작물'만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인간이 아닌 AI는 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 AI의 그림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이 아닌 기존 저작물을 학습해 만든 결과물이라 저작물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AI가 그린 그림에 인간의 창작적 표현을 추가했다면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법원이 AI에 의해 창작된 작품의 저작권 등록 거부 결정을 정당화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스티븐 테일러는 자신의 AI '다부스(DABUS)'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의 저작권 등록을 저작권청에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저작권법은 인간이 창조한 작품만 보호한다"며 저작권청의 등록 거부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IP(지식재산권) 전문 송혜미 변호사는 "AI에 학습시킨 결과물이 도출되는 방식이라 AI가 그린 그림을 개인적 용도나 상업용으로 사용하더라도 현재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그 결과물에 인간의 창의적 표현이 들어가게 되면 이는 원저작물을 각색한 창작물인 '2차적 저작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의 결과물이 논란이 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생성한 작품에도 저작권을 인정하고 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AI에게 지시하는 명령어 등에 인간의 창의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저작권위원회는 "인간의 명령어는 아이디어 제공이나 지시에 불과할 뿐 창작적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 변호사는 "AI의 결과물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전세계에서 나오고 있고 미국에서는 판례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며 "아직은 '이대로 두는 것은 저작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인식 정도지만, 판례와 사례가 쌓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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