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 오진, 과다 출혈 사망…의사, 금고형+법정구속

이승재 아주로앤피 편집위원 입력 2023-09-25 17:21 수정 2023-09-26 10:11
  • 법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인정

[아주로앤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과의사가 오진으로 환자를 사망케 한 사건을 심리하던 법원이 해당 의사를 법정구속했다.
 
5년 전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쇼크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당시 오진을 한 40대 외과의사 얘기다.
 
25일 법조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의사 A씨(41)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은 징역형과 같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A씨는 2018년 6월 15일 인천광역시 소재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씨(사망 당시 78세)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핵심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문제였다.
 
사망 나흘 전 B씨는 병원을 찾아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의사 A씨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당시 B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이 약을 장기 복용하면 출혈 시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많은 중노년층이 심혈관계 질환 예방 등을 위해 아스피린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한다.

지혈이 안 되는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 병원에서 건강검진 시 내시경 검사를 할 때나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을 앞두고 일정 기간 동안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라고 권한다.
 
의사 A씨는 해당 약이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B씨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다.
 
A씨는 수술 이후 B씨가 출혈을 계속하는데도 추가 검사 등을 하지 않았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이후 B씨 유가족들은 A씨를 고소했고, 수사 결과 의사 A씨는 환자 B씨가 십이지장궤양으로 인한 출혈이었음에도 이를 치루로 오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9년 의사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B씨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A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였다.
 
이후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씨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 등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하는 데는 다른 의사의 소견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A씨가 십이지장 출혈 등을 확인하는 내시경 검사를 제때 진행해 지혈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피고인 A는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정구속 선고까지 내린 이유에 대해 법원은 “의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피고인의 과실이 가볍지 않고, 큰 충격을 받은 유족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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