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끼임사고②] 잇따른 산재…노동부 특단 조치

  • SPC 계열 '샤니'에서도…'손 끼임' 사고
  • 최근 5년 사이, SPC 산업재해 37배 증가
  • 노동부, 계열사 전체 감독…"특단의 조치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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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4 17:23
수정 : 2022-10-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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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앞 항의의 목소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등과 관련 항의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SPC 그룹 계열사 SPL에서 최근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지 8일만에 또 다른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의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0분께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근로자 A씨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가로 62cm, 세로 30cm, 높이 15cm 규격의 플라스틱 상자 안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지는 빵 제품을 검수하고 있었다.
 
제품을 담은 플라스틱 상자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설치된 사각 문틀 형태의 철제 출구를 지나가면 곧바로 하단의 기기가 검수를 마친 박스를 위로 받쳐 올려 상단의 다른 기기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때 플라스틱 상자 1개에는 2개의 제품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A씨는 제품이 1개만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이를 빼내려다가 기기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현장에는 A씨 외에 2인 1조로 근무하던 동료 직원과 다른 작업자 등 2명이 더 있었으며 사고가 나자 이들 중 한 명이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즉시 기계를 멈춘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씨는 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찰은 업체 측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 뒤 위법 사항이 파악될 경우 책임자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 형사 입건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니 제빵공장 사고는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8일 만이며 허영인 SPC 회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에 발생한 것이다.
 

근로자 사고 발생한 샤니 공장 . 24일 SPC그룹 샤니 성남 공장 모습. 노동당국은 최근 근로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SPC그룹 식품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SPC 계열사 산업재해...어제오늘 일 아니다
SPC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5년 사이 산업재해가 37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115명의 재해자가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발생한 산재를 업체별·유형별로 보면 파리크라상에서는 넘어짐(27.3%)이 가장 많았으며 끼임(16.5%) 사고가 그 뒤를 이었다. SPL은 끼임이 15건(36.6%)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적으로 2018년 이후 산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노동조합 설립 때문이라는 게 이 의원실 측 주장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산재가 노조 설립 이후 신고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SPC 측은 갈수록 늘어나는 산재 실태에 경각심을 갖고 사업주로서 예방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PL 제빵공장 사고...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나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숨진 20대 여성 근로자 유족이 명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지난 21일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SPL 강동석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 있는 혼합기 9대 중 7대에 자동방호장치(인터록)를 설치하지 않았고 인터록이 없는 혼합기의 덮개도 열어놨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공장 자체적으로 2인 1조 근무 규정을 두고 있는지도 파악 중이다. 2인 1조 근무 여부가 현행 법령을 위반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작업의 유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2인 1조 근무를 규정했놨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유족 측 법률 공동대리인 중 한 명인 오빛나라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SPL 주식회사와 강동석 SPL 주식회사 대표이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주식회사의 안전관리책임자를 평택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번 사망사고 원인이 사측에서 규정한 ‘3인 1조(야간)’ 업무 형태를 지키지 않아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SPL이 근로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 SPC 그룹 전수조사 착수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노동당국이 SPC그룹의 식품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하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고 더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며 23일 이같이 밝혔다.
 
최근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 SPC 계열사 SPL 평택 공장 끼임 사고, SGC이테크 안성 물류센터 시공현장 붕괴 사고 등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한편, 산업안전과 관련한 제도가 실제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현장에 맞게끔 정비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SPC 그룹의 식품·원료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뿐 아니라 안전 보건 관리 체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점검·개선 지도하기로 했다.
 
SPC 계열사로는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에스팜 등이 있다. 노동부는 이번주 안에 감독 대상을 특정해 불시에 감독할 방침이다. 감독 대상을 이번 사고가 발생한 SPL로 한정하지 않고 관련 전체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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